신종 코로나19가 벌써 세 달째 TV, 신문 등 모든 매스컴을 도배하고 있다. 눈 뜨면 보이고 들리는 건 온통 ‘코로나바이러스’ 뿐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한국은 감염원인 중국, 그들과 교류가 잦은 이탈리아, 이란에 이어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많다.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170개국을 넘겼다. 일본 다음으로 세계 여러 국가를 갈 수 있다는 대한민국 여권(旅券)의 입지가 졸지에 초라해졌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서야 했고 결국 5부제를 하는 나라가 되었다. 실로 참담한 일이다.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은 누가 뭐라 해도 정부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에 있다. 확진자가 한두 자릿수에서 멈칫멈칫 했을 때 단호하게 중국 출발 입국을 막았어야 했다. 외교보다 방역을 우선으로 해야 했는데 중국 눈치 보느라 우물쭈물 하는 사이 실기하고 말았다. 만약 일본이 감염원이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날로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으리라 본다.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정치가 개입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대한민국이 멈춰 섰다. 정부 당국이 앞장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하라고 권한다. 개인일이야 하지 않거나 늦춰도 그만이지만 나라일은 다르다. 내수와 수출 모두 안 돌아가 경제가 비상이다. 특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과 소규모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크다. 이들은 우리 경제의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막히면 인체는 생명을 잃게 된다.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은 위 염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섬을 느낀다.

  경제는 심리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으로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우리는 지난 1997년 발발한 IMF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경험이 있다. 금융위기는 우리 의지와 노력으로 단기간에 해결했다. 하지만 역병(疫病)은 다르다. 이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다수 희생당한 사실(史實)이 여럿 있다. 아직 치료 백신이 없는 이번 코로나19처럼 현재 확산 추세가 언제 주춤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이 와중에도  성숙한 우리 국민이 보건당국의 감염 예방 지시를 잘 따르고 사재기 등 불필요한 행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새삼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예언이 눈길을 끈다. 그는 앞으로 천 년 내 지구는 기후 변화, 인공지능(AI)과 전염병 중 어느 하나에 의해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그는 지금 전 지구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변종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이미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전 세계 120개 국 이상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 명, 사망자는 5천 명을 넘겼다. 극지방 일부만 제외하고 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에 대해 그간 늑장 대응하던 세계보건기구(WHO)가 마침내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포했다. 지난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인플루엔자A에 이어 세 번째라니 코로나19가 얼마나 인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필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라는 문구를 즐겨 되새긴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려운 일이 없을 수 없다. 이럴 때마다 필자는 이 문장을 주문처럼 되뇐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가라앉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아무리 무서운 코로나 19도 언젠가는 물러날 것이다. 우리 보건당국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실패로부터 배워야 한다. 먼저 사태 전말을 담은 ‘코로나19’ 백서를 남겨야 한다. 동시에 앞으로 발생하게 될 전염병 방역을 위한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예산이 수반되는 건 국민의 동의를 받아 시행해야 한다. 이에 더해, 정부는 이번 사태 이후 우리 사회 각 부문별로 있게 될 예상 가능한 변화에 대해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마련해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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