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치과 이야기 5.

옆구리에 동전만한 농포가 발견되었다면 보호자들은 아마도 주저 없이 반려동물을 안고 병원에 내원해서 치료를 받게 할 것이다.

그러나 개, 고양이의 구강상태는 보호자와 수의사 모두 꼼꼼하게 검사하는 경우가 드물고, 전신마취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입냄새나 두껍게 앉은 치석 같은 임상증상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치료를 상당히 미루기도 한다. 결국 치주질환이 심각하게 진행된 후에야 치과 치료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래서 치주질환은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린다.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세균들은 염증이 생긴 잇몸을 통해 혈류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구강 내 세균이 얼마든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주 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이 내뿜는 내독소는 면역계를 자극하여 염증물질을 분비하게 만들며, 여러 장기에 영향을 끼쳐 전신적 염증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치주질환은 단순한 입냄새와 치아문제를 넘어 더 심각한 전신질환과 연관성을 가진다.

 

심혈관계

사람에서는 치주질환이 심근질환, 고혈압, 심근경색 등의 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동물 환자에서도 구강 내 세균이 혈관 안에서 혈소판 응집을 일으켜 관상동맥을 통한 혈액 공급을 방해할 수 있고, 심장 판막, 관상 동맥의 퇴행성 변화, 심내막염, 심근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심내막염을 유발한 균종이 치주 병원균과 동일한 균종으로 확인된 연구 결과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또한 심근병증의 진행에도 치주질환이 영향을 줄 수 있다.

 

구강 내 세균은 보통 호흡을 통해 들이마셔져서 폐로 들어간다. 이들은 호흡기계의 내피에 부착하여 염증을 일으키며,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반대로, 적절한 구강 위생관리는 호흡기계 감염율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신장

구강 세균이 간 실질에 정착할 경우 간염을 일으키고 국소적인 섬유화를 유발한다. 또한 세균으로 인해 신장에서 형성된 면역복합체는 사구체신염을 유발하여 신장 여과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 외

치주질환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당뇨환자의 혈당관리에도 악영향을 준다. 또한 관절염, 종양 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다소 어려운 내용으로 설명했지만, 요약하자면 치주질환이 심장과 폐, 신장, 간 등 전신적인 문제를 함께 유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거꾸로, 치과 치료를 받을 경우 단순히 구강위생뿐만 아니라 전신 질환의 발생 예방 및 앓고 있던 질환의 관리에도 오히려 이로움이 있다는 뜻도 된다.

전신마취가 염려 된다면 주치의와 안전한 마취와 마취가능여부에 대해 보다 자세한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 <기사제공 : VIP동물의료센터 치과전임 금현정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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