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안과 이야기 4.

라식, 라섹 수술과 같은 시력 교정 수술 후 눈도 못 뜨고 눈물만 흘린다는 통증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눈은 시력을 담당하는 중요한 감각체이기에 작은 손상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신경이 많이 분포하고 있으므로 수술 후 통증이 심한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각막에 상처가 생긴 상태를 각막궤양이라고 부른다.

 

개와 고양이에서 라식, 라섹 수술을 실시하지는 않지만, 의도치 않게 각막에 상처가 생기면 통증 때문에 눈을 잘 뜨지 못하고 눈물을 줄줄 흘린다. 각막궤양의 원인은 목욕 시 샴푸에 의한 화학적 손상, 얼굴 주변을 긁다가 생긴 자가 창상, 사고로 인한 외상, 털찔림, 안구건조증, 고양이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성 원인 등 다양한데, 손상이 이미 일어난 후 진단을 내리는 시점에는 그 원인을 추정해 볼 수 있을 뿐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각막의 주된 기능 첫번째는 외부와 접촉하는 안구의 표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가해질 수 있는 압력도 어느정도 견뎌야 하고, 외부에 있는 세균과 같은 미생물로부터 안구 내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각막의 기능 두번째는 빛을 받아들이는 창문의 역할이다. 빛을 받아들여 시각을 형성하는 눈의 기능을 시작하는 첫단계가 각막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람에서 각막의 두께를 조절함으로써 시력 교정을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각막은 빛을 굴절시켜 망막에 맺히게 하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각막에 어떤 혼탁이 발생하거나 표면이 매끈하지 못하고 불균일할 경우 빛이 망막에 맺힐 때 손실이나 왜곡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각막궤양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각막의 기능을 고려하여 치료한다.

 

각막궤양은 크게 두가지, 단순각막궤양과 복합각막궤양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단순각막궤양은 표층각막궤양이라고도 부르는데, 각막의 가장 겉 층인 상피세포만 벗겨진 상태로 적절한 치료 하에 7일 이내에 상피세포가 재생되어 치유될 수 있는 각막궤양이다. 따라서 단순각막궤양으로 진단되는 경우, 일주일 정도의 안약치료 만으로 흉터없이 치료가 완료될 수 있다. 그러나 복합각막궤양으로 진단되는 경우 치료의 강도와 예후가 완전히 달라진다.

 

복합각막궤양이란 깊은 각막궤양이라고도 하는데, 상피세포 뿐 아니라 그 아래 기질조직의 손상까지 발생한 상태이다.

처음부터 손상이 심각했을 수 있지만, 단순각막궤양으로 시작했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복합각막궤양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일단 각막궤양이 발생하면 손상된 세포들은 염증세포를 불러모으고, 손상된 각막 세포들과 염증 세포들은 손상부위를 정리하기 위하여 단백 분해 효소를 분비한다. 때로는 이 효소들이 과다하여 정상 조직까지 손상을 일으키는데, 이런 기전으로 각막궤양이 점점 깊어져 심각한 복합각막궤양으로 진행된다. 각막궤양 시 세균 감염도 쉬워지면서, 세균감염에 의해서도 복합각막궤양으로 급속도로 심화될 수 있다.

복합각막궤양 시에는 각막이 얇아지면서 미약한 압력도 견디지 못하고 각막이 뚫리는 각막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에서는 각막 천공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볼 일이 거의 없어 상상이 잘 되지 않겠지만, 말 못하는 동물들에서는 치료시기를 놓쳐 각막 천공으로 이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각막궤양은 하루 아침에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복합각막궤양의 치료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각막에는 정상적으로는 혈관이 분포하지 않기 때문에, 주사제나 내복약 등 전신으로 투약되는 약물은 각막으로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안약 점안을 통해 감염을 예방 또는 치료하고, 단백 분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막의 기질 손상이 이미 너무 심해 각막 천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물리적으로 지지할 구조를 보강해주기 위한 수술이 필요하다.

이 때 사람에서는 각막이식수술이 지시되기도 하는데, 각막이식수술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개와 고양이에서는 결막이식수술 또는 자가각막이식수술을 실시한다.

가장 이상적인 치료는 시력 보존과 안구 보존을 모두 성공하는 것이다. 때로는 너무 심각한 손상으로 인해 치료를 하더라도 시력 보존이 어려운 경우도 있고, 안구 보존 조차 어려운 경우에는 통증 완화와 추가적인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안구 적출에 이르기도 한다.

 

두 가지로 분류하기 애매한 재발성 각막궤양도 있다.

이 각막궤양은 표층각막궤양으로 시작하지만 7일 내 치유가 완료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상피세포가 벗겨지면서 잘 낫지 않는 각막궤양이다. 이 경우엔 점안 마취하에 이미 손상된 조직을 벗겨내고 정리하는 처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기도 하고, 재발 확률을 낮추고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간단한 시술이 추가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 각막궤양은 안구 표면의 질환이지만, 신경 자극으로 인해 안구 내부에도 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안구 내부의 염증으로 인해 녹내장이 발생하거나 실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안구 내부의 염증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각막궤양은 흔하게 접하는 질환이지만 그 합병증의 위험성을 알기에 항상 조심스러운 질환이기도 하다.

부디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아이가 눈을 못 뜨고 눈물을 많이 흘리는 등 눈을 아파하는 증상을 보인다면, 특히 눈동자의 색이 뿌옇게 변하거나 패여보이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기사제공 : VIP 동물의료센터 안과팀장 박은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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