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안과 이야기 2.

결막염은 심각한 안과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

 

결막염은 아주 흔하게 접하는 안과 질환이면서도 진단하기 까다로운 질병이다. 흰자위가 충혈되어 동물병원을 방문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여러 가지 안과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하면, 과잉진료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때도 있다. 충혈 증상을 보일 때 왜 다양한 안과 검사가 필요한지, 결막염의 진단이 왜 까다로운지 설명해보려고 한다.

 

결막염의 원인은 크게 감염성과 비감염성 원인으로 나뉜다. 고양이에서는 감염성 원인이 흔하고 개에서는 비감염성 원인이 흔하다. 감염성 원인 중에는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기생충이 있다. 기생충과 같이 눈에 보이는 원인이 확인된다면 진단이 용이한 편이지만,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체인 경우엔 실험실에 의뢰 검사가 필요할 수 있고 그만큼 진단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비감염성 원인에는 먼지나 연기 같은 자극성 물질에 의한 것, 알러지에 의한 것, 면역원성 결막염 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눈썹이 비정상적으로 자랐거나 눈꺼풀에 종양이나 염증이 확인된다면 그로 인한 이차적 결막염이라고 추측할 수는 있겠다.

 

한편 흰자위가 충혈되는 증상은 결막염 외에 아주 많은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안구건조증, 각막궤양, 상공막염, 포도막염, 녹내장 등과 같은 질환에서 흰자위의 충혈이 동반되며, 이들 질환은 시력 소실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질환들이다. 따라서 충혈 증상으로 내원했을 때에는 위 질환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안구건조증을 확인하기 위해 눈물량을 측정하고, 녹내장 또는 포도막염을 확인하기 위해 안압을 측정하고, 각막궤양을 확인하기 위해 각막형광염색을 실시하고, 눈 안의 염증은 아닌지 다른 원인은 없는지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진행하는 등,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심각한 질환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야 하며, 그제서야 안심하고 결막염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심각한 질환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마음이 전달되길 바라며 보호자와의 상담에 임하게 된다.

 

실제로 눈이 충혈되길래 단순 결막염인줄 알고 가벼이 여겨 방치하거나 집에 있는 안약을 넣어주며 자가치료를 하다가, 질병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버려 실명하거나 안구 적출에 이르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접한다. 눈의 충혈이 하루 넘게 지속된다면, 또는 눈을 잘 뜨지 못하거나 비비려고 하는 등 불편함을 나타내는 증상을 동반한다면, 반드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안과 검사를 받아보길 추천한다.

<기사제공 : VIP 동물의료센터 안과팀장 박은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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