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방곡곡을 걸어서 자주 여행하는 편이다. 도보여행은 자동차여행보다 느리고 힘은 들지만 많은 걸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가운데에는 눈을 즐겁게 하는 것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이 중 하나가 흉물로 내버려져 있는 빈집이다. 심지어 경관 좋은 곳에서도 빈집이 눈에 많이 띄어 여간 안타깝지 않다. 이들 빈집은 미관에도 안 좋지만 무엇보다 붕괴위험과 범죄 소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빈집 못지않게 노후아파트 문제도 심각하다. 머지않아 빈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30년 넘은 노후아파트는 서울 16만3천 가구, 부산 7만4천 가구 등 전국에 49만9천 가구가 있다. 2025년 이들 노후아파트는 급증해 서울 58만 가구, 부산 26만 가구를 비롯해 320만 가구가 될 전망이다. 이들 대부분은 안전진단 결과 ‘위험’ 판정을 받고도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하기도 힘들다. 이주 대책마저 없어 위험은 물론 대규모 슬럼화 위기에 처해 있다. ‘아파트 공화국’의 폐해가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다. 법률상 빈집은 시장․군수 등이 거주 또는 사용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한 주택을 일컫는다.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빈집은 전체 주택 중 6.5%인 107만 호에 달했다. 5년 전 82만 호에 비해 25만 호가 증가했다. 하지만 사람이 살 수 없는 폐가는 조사하지 않아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는 빈집이 통계치보다 더 많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빈집이 앞으로도 꾸준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데 있다. 2016년 한국국토정보공사 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10%인 약 300만 가구가 빈집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빈집이 생기는 원인은 도시와 지방에 따라 다르다. 도시 경우는 재건축 사업성이 없는 노후 아파트가 주범이다. 지방은 인구 유출에 의한 공동화(空洞化)와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인구감소가 그 원인이다.

일본은 지자체 별로 다양한 빈집 정비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얼마 전 일본 니이가타시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80세가 넘고 건강마저 좋지 않은 그는 4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친척이 있는 도쿄에서 살고 싶은데 현재 살고 있는 2층 양옥집이 팔리지 않아 고심하고 있었다. 니이가타시 조례에 따르면 집을 비워둔 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유주가 자비로 철거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적지 않은 철거비를 시에 공탁해야 한다. 만약 본인이 경제력이 없으면 형제 등 가까운 인척에게 전가 된다고 했다. 이런 정책이 우리 현실과 맞고 안 맞고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정부도 올 2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에는 빈집 정비계획 수립, 빈집 실태조사와 빈집 철거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빈집 소유자에게 철거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고, 이 명에 따르지 않으면 직권으로 빈집을 철거할 수 있는 강제조항도 있다. 문제는 시행주체인 지자체장이 적지 않은 예산이 수반되는 빈집 정비정책을 시행할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빈집 정비대책은 지역 별 실정에 맞게 다각적으로 세워야 한다. 빈집을 무조건 철거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빈집을 지자체가 인수해 학생들의 농어촌체험장이나 주말농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귀촌을 원하는 도시민들에게 저렴하게 분양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2016년 현재 전국 242개 지자체 중 19%인 46개에만 빈집 정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이를 나머지 지자체에서 제정하는 것도 급선무다. 이에 앞서 일자리․교육․의료․편의시설을 두루 갖춰 인구 유입을 유도해 빈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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