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Gypsy)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러시아의 일부인 코카서스(Caucasia) 인종에 속하는 표박민족(漂泊民族)인데, 지금은 비유적으로 정처 없이 방랑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처음 인도 서북부에서 발생하여 헝가리를 중심으로 유럽 각지 특히 폴란드•발칸제국•스페인•서(西)아시아• 아프리카•오스트리아에 분포하여 주로 포장 마차를 집으로 삼고 항상 이동하며 생활한다.

힌두(Hindu)의 와언(訛言)을 쓰며 입술은 두껍고 검은 고수머리에 피부가 검은 사람과 갈색의 머리에 올리브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이 많다. 도벽(盜癖)이 있으며 미신적이고 쾌활하며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남자는 마도위(말을 사고 파는 데의 흥정꾼)•땜장이, 여자는 점장이 노릇을 하며 비가 오면 농세공(農細工)을 업으로 한다.

그리고 10세기경이 되자 근동제국에 집시의 대군(大群)이 나타나고, 여기에 비교적 오래 머물렀는데 약간의 종족은 퍽 오래 전부터 이집트와 북아프리카를 거쳐서 스페인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유럽집시의 원줄기는 14~15세기에 걸쳐서 파상적으로 소아시아에서부터 발칸반도로 이동한 것이며, 동남유럽을 중심으로 유럽 각지로 퍼져갔다. 그리고 다시 바다를 넘어서 남•북미주, 오스트레일리아로 들어갔다.

현재 유럽의 집시에는 이동생활형•정착형•반(半)정착형의 것이 있다. 이동과 방랑은 그들 본래의 생활이지만, 러시아나 루마니아에서는 옛날엔 왕가(王家)•영주(領主)•사원(寺院)•지주의 노예였었던 자들이 해방돼서 정착한 자라든가, 국가정책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정착되어진 자들이 있어서 동남아 또는 동유럽에서는 집시의 촌락이 흩어져 있다.

중앙 또는 서유럽에서는 겨울엔 도시나 촌 구석에 엉성한 집을 짓기도 하고 값싼 방에 세들기도 하며, 봄이 되면 또 다시 방랑생활을 떠나는 반(半)정착적 집시가 있다. 더구나 러시아에서는 오직 집시만 사는 집단 농장도 있다. 이동집시는 정착집시에 비해 체질적•문화적으로 순수하고, 대체로 전자는 후자를 경시하고 있다.

그 이동은 본래 자유로운 야외생활을 즐기는 텐트생활을 하고 있다. 텐트는 나뭇가지로 엮은 바람막이 정도의 것으로부터 베로 만든 완전한 텐트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가 있다. 또 집시의 직업에 따라 구별되고 있다. 또 유럽 중부의 산맥 카르파티아 산맥 (the Carpathians)과 발칸반도의 산골이나 삼림지대를 이동하는 자들은 비교적 오래 머무를 때엔 반(半)지하 오두막집을 만들며, 스페인에서는 원시적으로 동혈(洞穴)에 사는 자들도 더러 있다.

중앙 또는 서유럽의 집시는 텐트를 쓰지 않고 포장마차를 집으로 삼는 자가 많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자동차를 집으로 삼고 있다. 천막형 집시는 수개 가족으로부터 30여 가족 및 동족이 한무리로 되고, 세대도구(世代道具) 일체를 당나귀나 소의 등위에 실으며 혹은 수레를 끌게 해서 이동한다.

그들은 예부터 가무음곡사(歌舞音曲師)•백락(伯樂; 마소의 병을 고치거나 그 매매의 중개업자), 대장장이, 점장이, 좀도둑으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말의 사육(飼育)과 감정(鑑定)을 잘하며, 집시의 백락은 말시장(馬市)의 위협이다. 또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천부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악기는 바이올린 외에 타악기인 심벌즈(cymbal)나 류트(Lute: 기타 비슷한 현악기)를 사용하고 그 가무연예(演藝)는 남•동유럽의 축제나 주연(酒宴)에는 필히 있어야 할 인기물이며, 특히 스페인이나 러시아 집시의 정열적인 댄스는 가히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집시의 도둑도 정평이 나 있어 유명한데 그들 자신은 이를 구태여 어떤 범죄로 생각지 않고 있다.

가축이나 장신구(裝身具)를 아무 두려움 없이 훔치는 그 습성은 산야에서 채집(採集)생활을 하고 있던 방랑민의 생활관습의 잔존인 것으로 본다. 그들은 또 농기구, 제철(蹄鐵: 편자)•자물쇠•나무통•체•바구니•깔개•짚멍석•비•귀얄(솥의 한가지) 등의 목제품, 소의 뿔제품•섬유제품 등을 만들어서 판다.

유럽의 거리나 골목에서는 집시여성의 점장이라든가 꽃장수, 혹은 요술, 곰이나 원숭이의 동물놀음, 헌옷장수•구두닦기 등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은 대략 집시의 종족적 직업이며, 이동 집시나 정착집시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그의 직업은 일반적으로 그 고장 민족에 대해서 기생적(寄生的)이지만, 비교적 문화가 뒤진 지역에서는 수공업자로서 마을의 생활에 없어선 안될 자생적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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