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 경제학박사
전성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 경제학박사

  대지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봄나물의 향연이 시작됐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벌써부터 양지바른 땅에서는 냉이와 달래, 쑥 등이 목을 내밀고 봄을 맞는다. 흔히 음식이 보약이라지만 그 중에서도 봄에 다양한 종류로 축제를 펼치는 봄나물만큼이나 제출 최고의 보약이 또 있을까 싶다.

  베란다 정원에도 봄나물의 향연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냉이가 나오더니 작년에 심은 방풍나물이 꿈뜰거린다.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지만 반갑기만 한 계절 봄, 겨우내 움츠렸던 소화기를 풀어줄 나물이 그 주인공이다.

  옛부터 우리의 부모님들은 3월에 눈이 녹으면 길가 둑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쑥의 새싹을 캐내 쑥국을 끓인 후 집안의 모든 식구들에게 먹게 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건강비법이다.

  이미 제주도로부터 시작된 봄 소식은 여럿 있다. 가파도의 청보리는 국토 최남단의 땅끝에서 가장 먼저 전해오는 봄소식이다. 이미 3월 초부터 보리잎의 푸른 생명은 시작됐다. 가파도 청보리의 품종 향맥은 타 지역보다 2배 이상 자라는 제주의 향토 품종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높고 푸르게 자라나 해마다 봄이 되면 59만여㎡의 청보리밭 위로 푸른 물결이 굽이친다.

  반면 남도 섬진강변 봄의 시작은 광양 매화에서 구례 산수유, 화개장터 벚꽃으로 이어진다. 꽃축제의 명성 속에서 광양 매화마을, 구례 상위마을, 하동 화개장터, 곡성 기차마을은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섬진강의 봄을 크게 느끼게 해주는 것은 봄나물이다. 섬진강가에서 자라는 봄나물을 캐서 직접 요리도 해먹을 수 있는 ‘봄나물 캐기 체험’이 곧 있으면 시작된다. 섬진강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봄의 향취를 돋울 수 있는 봄나물이 지천이기 때문이다.

  맛좋은 봄나물 대표주자 냉이, 섬진강 들녘에서 나는 한약재 달래, 생명력 강한 야생초 민들레, 피로회복에 좋은 두릅, 여름 더위에 강해지는 씀바귀, 항암 치료제 머위, 피를 맑게 하는 돌나물, 알칼리성 산채의 대표 취나물 등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겨울을 이겨낸 봄나물은 비타민과 무기질, 단백질 등이 듬뿍 들어 있다. 푸른 녹색이 주는 시각적인 상큼함과 특유의 향, 입안에서 부서지는 아삭한 느낌, 이 모두가 원기 회복은 물론 머리까지 맑게 해준다. 봄에 채취한 연한 순이나 이파리들은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해 노화를 지연시키며 심장병이나 뇌졸중, 암 등의 만성 퇴행성 질환을 예방해 준다. 그러다 보니 이른 봄 산이나 들에 자라나는 풀은 아무 것이나 뜯어 먹어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입맛까지 되돌려 주는 풋풋한 봄나물이 섬진강가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 탓에 삶에 지친 도시민들이 회색도시를 탈출해 섬진강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지는 춘곤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말 내내 휴식을 취해도 피곤이 풀리지 않고, 오후 시간은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것도 이 시기다. 이런 증상을 회복시키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고른 영양 섭취가 필수다. 따라서 봄에는 밥상이 나물로 가득차야만 제 맛이다. 특히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한 제철 봄나물은 비용 부담 없이 봄철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봄나물 특유의 향이 입맛을 돋우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근래 이름도 생소한 외래종 야채가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우리 몸에는 우리 민족이 수천년 동안 먹어온 나물을 먹는 것이 우리 몸의 유전자에 가장 적합하다. 사실 건강한 삶은 멀리 있지 않다.

  열흘 후면 봄나물은 최적이다. 봄나물은 갑작스러운 기후변화와 겨울 동안 고갈된 각종 영양소의 부족을 채워준다. 비타민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제철 봄나물을 섭취해 봄이 전하는 싱싱함만큼이나 나른한 봄을 생기 있게 바꿔보자. 가능하다면 흙과 더불어 봄 향기를 맡으며 몸에 좋은 봄나물까지 캔다면 일석이조의 경제적 효과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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