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교수
김동수 교수

  미련한 사람에게는 영예가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마치 여름에 눈이 내리는 것과 같고, 추수 때에 비가 오는 것과 같다. 미련한 사람에게 영예를 돌리는 것은, 무릿매에 돌을 올려놓는 것과 같다.

환자를 내버린 전공의 파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 학장이 졸업생 축사에서 쓴소리를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의료대란을 초래할 만큼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한 의료계에서 뜻밖에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김정은 학장이 지난 27일 학위수여식에서 “지금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며 “의사가 사회적으로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을 치료하는 의사,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뚜렷한 책임감을 가진 의사, 사회적 책무성을 위해 희생하는 의사가 될 때, 국민들의 신뢰 속에서 우리나라 미래·의료 의학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는다. 공감을 자아내고 울림도 크다. 의료계는 김 학장의 충고를 가슴 깊이 새겨듣기 바란다.

안타까운 것은 김 학장의 당부와 달리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민주 사회에서 지양되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은 29일인데 전날까지 사직서를 철회하지 않은 전공의가 1만 명에 육박하며, 근무지 이탈자는 9천 명에 달한다. 전공의들의 파업이 길어지자 밀려드는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파김치가 되어 가는 의료진의 불편과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부는 27일 대한의사협회 전 현직 간부 5명을 처음 고발했다. 법과 원칙 수호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시한 내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에게는 면허정지 이상의 조치가 이루어질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시에 불가피한 의료 사고에 대한 의사들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의료 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도 서두르고 있다.

전공의 병원 복귀 시한인 29일을 앞두고, 강온정책을 모두 내놓고 있다. 정부가 성의를 보이는 만큼, 전공의들은 당장 환자들 곁으로 복귀한 뒤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더 이상 의료대란을 방임해서는 안 된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직무유기이다.

모든 국민은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생각한다면,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가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의사는 누가 뭐래도 환자 곁을 지킬 때 가장 숭고하고 빛나는 자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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