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교수
김동수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특별법의 위헌 소지와 공정성·중립성 문제 등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남인순 의원 등 183인의 발의로 지난 9일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노란봉투법, 쌍특검법 등 취임 후 5번째다. 개별 법안으로 보면 9건째이다.

민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무리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측면도 있지만 잦은 거부권 행사는 극한 정쟁의 빌미가 되고 윤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거대 야당의 정치적 의도에 따른 입법이라는 한계의 실상을 극렬하게 보여 주고 있다. 재발 방지대책 마련 및 피해자와 유가족 지원이라는 치유의 해법과는 상충 된다고 볼 수 있다.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불필요한 예산과 행정력이 투입돼야 한다.

당리만을 앞세운 소모적인 정쟁은 이제는 그만 끝내야 한다. 국가적으로 예산 낭비다. 결국, 국민 분열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새겨듣지 않으면 안 된다. 물건의 제출명령, 동행명령, 고발 및 수사요청, 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 청문회 등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특조위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한 입법 배경에 더불어민주당의 정쟁 의도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가 등이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개발ㆍ시행하고, 공동체 복합시설을 설치하며, 10ㆍ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추모를 하기 위해 추모공원 조성, 추모기념관 건립, 추모제 개최 등 추모사업과 재단 설립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젠 ‘재난의 정치화’ 악폐를 근절시켜야 한다. 민주당은 세월호 참사가 빚어졌을 때도 특조위를 관철 시켰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을 낭비하고도 진상규명의 결과가 도대체 무엇인지 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 그 많은 예산을 낭비하면서도 세상을 어지럽게 했지만, 결과는 유의미한 업적을 남겼는지 진의가 아리송하다. 엄청난 국민들의 혈세 부담에도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진정한 위로와 보상이 뒷전으로 밀리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정부는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재정 지원과 심리 안정 프로그램 확대, 영구적 추모 공간 건립 등 종합 지원 대책을 동시에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진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법이라면 정부도 적극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법안의 결함을 찾아내 행정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극대화 해야 한다. 야당이 재협상을 거부한다면 피해자와 유가족이 아닌 정쟁을 위한 법안이라는 의구심만 증폭시킬 것이다.

핏줄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유가족들 입장을 헤아려 여야가 진지하게 재협상을 통해 조속히 안정을 되찾고 일상 회복을 도와야 한다. 다시는 이런 참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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