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교수
김동수 교수

  급기야 환하게 밝은 낮에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발생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25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10대 중학생 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배 의원은 머리에 1㎝ 크기의 열상을 입어 봉합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안정을 취한 뒤 27일 퇴원 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23일 만에 강남 도심에서 정치 테러가 일어난 것 자체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범인은 강남구 신사동 거리에서 배 의원을 따라오면서 “국회의원 배현진입니까”라고 물어 신원을 확인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배 의원을 노린 범행이었단 얘기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군이 정신 이상 증세를 호소해 보호자 입회하에 응급입원 조치했다. 범행에 쓰인 돌도 평소 지니고 다닌 것이라고 한다. 배 의원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테러였다는 게 소름이 끼치도록 끔찍하다.

범인의 범행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표를 습격한 범인이 야당 정치인을 노린 것처럼 배 의원 사건이 여당 정치인을 목표로 한 테러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학생까지 정치 테러에 가담한 것은 타협과 협치가 실종된 혐오·대립의 정치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정치 테러의 배경에는 대한민국 정치의 극단적인 대립이 있다. 보수와 진보 간 진영이 서로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사이버상에서 서로 비난하며 장외에서까지 테러를 저지르는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길거리에 난립한 정당 현수막만 봐도 우리 정치 수준이 얼마나 저열하기 짝이 없고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 상대를 모욕하고 멸시하는 문구가 가득한 현수막을 보고 청소년들이 뭘 배우겠는가. 정치 불신만 양산시 킬 뿐이다. 상대편을 악마화하고 혐오를 부추긴 정치권부터 진정으로 자숙해야 한다.

정치 테러 재발을 막으려면 타협과 소통이라는 정치 고유의 기능 복원이 절실하다.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해 힐난하기보다 국가의 미래 비전과 정책을 갖고 선의적으로 경쟁을 해야 한다.

이 대표와 배 의원 습격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악질 범죄이다. 정치 양극화와 극렬 팬덤 현상이 일상이 되었다. 무질서한 우리 정치 풍토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새로운 각오로 임해야 한다. 반면, 각 정당 지도부는 극성 지지층을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

4월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 테러 모방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이 극렬하게 각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찰 경비의 사전 사후 대책이 보다 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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