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교수
김동수 교수

  정부와 중소기업계가 눈물로 민주당에 호소했건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추가로 유예하는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27일부터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83만7천여 곳에 비상등이 켜졌다. 영세기업의 대표들은 언제, 어떤 사고로 사법처리가 될지 불안에 떠는 처지가 됐다.

이 법은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 또는 부상을 입을 때 안전관리를 미흡하게 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웬만한 동네 식당과 마트, 빵집, 카페, 찜질방, 소규모 공사장까지 날벼락이 떨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50인 미만 1,05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94%가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소규모 업체 중 대부분은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 되는지, 어떤 처벌을 받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감옥에 가느니 차라리 폐업하겠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영세사업자에겐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다. 컨설팅 비용만 수백만~수천만 원이 드는데 영세사업자가 감당하기로는 역부족이다.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법은 국회에서 통과할 때부터 시비가 많았다. 처벌 규정이 애매모호 해서 대응에 한계가 있는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간 시행한 결과 중대 사고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드러난 상태이다.

법 적용을 회피하려고 종업원을 줄이면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서민에게 돌아간다. 야당도 늦었지만 유예 법안이 1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일주일 뒤인 다음 달 1일에도 열리는 만큼 여야가 접점을 찾아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을 임시국회 내에라도 처리하여 시행되도록 협조를 해야 한다.

정부의 사과, 재정 지원,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 여러 조건을 내걸고 반대한다면 그 후폭풍에 대한 책임은 더 커질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있는 상황에 정부 조직을 확대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개정안을 처리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도 법 시행에 따른 혼란이 없도록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27일부터 시행되는 법안을 민주당 지적대로 전문 관리감독청이 있어야 재해를 줄일 수 있다면 총선 이후 재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민생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현실적인 시행 방안을 심도 있게 여당과 협의하고 검토해서 2년 추가 유예 해줄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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