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 "자사주 증여, 사장 경영권 강화" 소 제기
KT&G 사외이사들, 부부동반 외유 1000만원씩 회삿돈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에, 美 담배 규제 법무부 조사까지

KT&G본사 전경. [사진=KT&G]
KT&G본사 전경. [사진=KT&G]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포스코홀딩스 임원들이 전세 헬기까지 동원한 호화 해외 출장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KT&G 역시 매년 사외이사들이 해외에 업무 시찰을 간다면서 관광을 즐겨온 걸로 파악됐다. 사외이사들은 ‘해외 연수’나 ‘해외 사업장 시찰’ 같은 명목으로 출장을 가서 미국·유럽 등 주요 관광지를 여행했다. KT&G는 사외이사들에게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 항공권과 고급 호텔 숙박료를 지원하고, 별도로 식대·교통비 등 명목으로 하루 500달러(약 67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했다.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데려가기도 한 사외이사도 있었다. 이들은 유명 관광지를 돌고, 크루즈 여행을 하고, 열기구를 타기도 했다.

이에 대해 KT&G는 24일 입장문을 통해 "KT&G는 해외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넘어 지난해 기준 전체 판매량 대비 해외 판매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며 "13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지난해 '글로벌 톱 티어 도약'을 미래 비전으로 밝히는 등 해외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해외사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제고는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사외이사에게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외이사는 회사의 사업에 도움이 될 글로벌 인사이트 발굴을 위해 현지 시장과 생산시설 방문, 해외 전문가 미팅, 신사업 후보군 고찰 등을 목적으로 해외법인뿐만 아니라 주요 시장을 대상으로 연 1회, 7일 이내로 해외 출장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비용은 항공료를 제외하고 사내 규정을 준용한 1인 평균 680만원 수준"이라며 "언급된 사례는 2012년, 2014년 사례다. 현직 사외이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지난 10일 "백복인 KT&G 사장을 포함한 전·현직 사내 외 이사 21명이 회사에 1조 원대 손해를 끼쳤다"며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지난 2001년부터 자사주 1천만여 주를 소각하거나 매각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대신, 전현직 임직원들이 있는 각종 재단·기금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증여해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손해액 1조 원은 자기 주식 1천85만 주에 KT&G의 최근 주가인 주당 9만 600원을 적용해 산출했다. 

이에 따라 KT&G 감사위원회는 다음 달 10일까지 이사들에게 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FCP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이 문제 삼고 있는 '자사주 활용 감시 소홀'은 KT&G 전·현직 사외이사들이 자사주를 KT&G의 재단·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거나 동참했다는 것이다.

FCP 측은 이렇게 만들어진 재단·기금의 지분이 사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우호 지분으로 활용됐다고 보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를 KT&G복지재단, KT&G장학재단, 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출연해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다.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KT&G장학재단의 이사장이 백복인 현 사장이라는 점과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민영진 전 사장이라는 점 또한 이런 의심을 키우는 배경이다.

FCP 관계자는 "재단·기금에 증여한 금액에 우리사주 조합에 저가로 처분한 자사주까지 합친다면, 이들의 연합이 KT&G의 최대 주주가 된다"고 설명했다.

FCP 측은 만약 KT&G가 증여한 자사주 1085만 주를 소각·매각했다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며, 소송가액으로 지난 9일 기준 종가 9만600원을 곱한 약 1조원으로 산출했다.

KT&G 감사위원회는 FCP의 청구서를 검토해 이들에 대한 소송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FCP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FCP 측은 KT&G 감사위의 결정에 따라 직접 소송에도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KT&G는 자사주를 재단 및 기금에 출연한 것은 배당금 등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과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KT&G 관계자는 "출연 당시 이사회는 관련 법령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안 외에도 지난 2017년 담배규제와 관련해 권역별 직원들을 동원해 국회의원 다수에게 쪼개기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7년은 현 백복인 사장 재임 시기이기 때문에 사법 리스크로 비화될 수도 있는 민감한 주제다.

KT&G 측은 "회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다"며 "향후 필요한 경우 사실관계부터 확인해 본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법무부로부터 담배 제품의 규제 준수 현황과 관련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다시 불거졌다. KT&G는 2022년부터 사업보고서에 "미국 법무부의 미국 내 판매 중인 담배 제품의 규제 준수 현황에 관한 포괄적 문서제출명령을 받아 조사받고 있으며 조사의 최종 결과와 그 영향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KT&G가 미국 식품의약국에 부정확한 서류를 제출하고, 임의로 정보를 변경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졌다.

심지어 미 당국 조사 결과에 따라 KT&G가 미국 주 정부에 낸 장기예치금은 1조5천억원 가량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KT&G에 법규 위반사항에 대한 통보나 제재가 가해지지는 않았지만, 현 경영진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현재 KT&G는 사외 후보 14명, 사내 후보 10명 등 24명의 차기 사장 후보군(롱리스트)를 확정하고, 다음달 중순까지 심사대상자(숏리스트) 명단을 정하는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2월 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 선임이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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