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교수
김동수 교수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 첨단 바이오 등 첨단전략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을 둘러싼 경쟁국 들 간 패권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며 전략 자산인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중대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술 유출은 국익을 해치고 국가 안보를 흔드는 매국적 범죄이다.

최근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의 설계도면이 통째로 대만에 유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00쪽 분량의 이 도면은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해 한국을 세계 다섯 번째 잠수함 수출국으로 우뚝 솟아나게 한 기술이며, 이 도면을 가지고 대만 정부가 첫 자체 잠수함 ‘하이쿤’을 개발하는 데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한화오션 측은 문제의 도면은 1970년대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것이며, 방산기술 및 군사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9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수사기관과 국정원, 방사청 등 유관기관과 공조 및 협조해 수사해 온 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만 국회의원이 한국 대만대표부에 관련 사실을 제보할 때까지, 국내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화 측도 보도가 나가자 입장문을 내고 “국가 핵심기술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과거 대우조선 시절을 포함해 범죄 관련자들에게 단호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당국의 수사가 시작됐다고 하니 우리 기업과 정보기관의 기술 유출에 상응하는 강력한 대응력 점검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산업기술의 유출과 침해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 등을 담은 현행법은 사실상 기술의 유출을 방치하고 있다. 국가 산업경쟁력을 훼손하는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사전적 또는 사후적 대책으로도 대단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쟁국들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당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은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 ‘경제 간첩죄’까지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산업기술 보호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기술 유출의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법률안을 개정시켜 처벌하는 수위를 높여야 한다.

우리는 형량이 지나칠 정도로 낮은 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선고된 기술 유출 사건 5건당 1건은 무죄 판결이고 징역형은 평균 선고형량이 징역 1년이라고 한다. 우리 법원은 관련 범죄에 너무 관대한 편이다. 양형 기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3년 7월까지 탈취된 첨단 기술 552건의 피해 규모는 1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국가적 범죄를 차단하는 데 드러난 한계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단호하고 실효적인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

이에 주요 경쟁국의 수준에 맞게 산업기술의 유출과 침해에 대한 처벌을 형법에 따른 간첩죄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 또한, 손해배상 확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산업기술을 보호하여 기업 및 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조속히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익 창출은 물론 국가와 경제 안보에 기여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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