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교수
김동수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에서 열린 부산 엑스포 유치 외교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국가정보원 수뇌부를 전격 교체했다. 김규현 국정원장과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의 사표를 모두 수리하고 1·2차장을 새로 임명했다.

후임 원장 후보자는 지명되지 않았고 신임 1차장에는 홍장원 전 영국공사를 임명해 당분간 홍 1차장의 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2차장에는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을 임명했다.

수뇌부 인사를 단행한 것은 지난 6월 이후 국정원 내 인사를 둘러싸고 분란이 야기된 것에 대해 지휘 책임이 크다. 국정원의 인사 갈등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정원의 인사 시비와 잡음은 현 정부 들어 세 차례나 외부로 표출됐다.

지난해 10월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김 원장과 인사 문제 갈등으로 임명 넉 달 만에 물러났고, 지난 6월 김 원장 측근의 인사 전횡 논란에 당시 승진한 10여 명이 닷새 만에 대기발령을 받았다. 김 원장의 추가 인사를 두고도 여전히 내부 불만이 끊이지 않으면서 파벌 싸움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가기밀을 다루는 정보기관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내홍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보기관의 인사가 외부로 노출돼 이슈화가 논란이 되었다. 원내 주도권을 잡으려는 세력이 내부에 존재한다는 뜻이고, 이는 안보의 첨병인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제어되지 않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국정원이 내부 진영과 정파에 따라 정권교체기마다 인사 갈등과 내홍을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생명으로 하는 정보기관의 내부 갈등이 이렇게 자주 외부에 노출되는 건 기강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국정원은 정보기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강이 무너졌다. 정보전에서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하루빨리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막강한 군사력과 정보력을 자랑하던 이스라엘은 지난달 초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수천 명이 살해되는 비극의 단면을 지켜봤다. 세계 최강이라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정치적인 노선과 내부 갈등으로 정보 수집과 판단 기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비상사태 발생 시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정찰위성 도발 등으로 국제정세가 복잡한 상황에서 새로 임명될 국정원장의 임무는 여느 때 보다 막중한 책임을 지는 곳이다. 돌이켜 보면 문재인 정권 당시 약화 된 대북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적임자가 필요하다. 내부 갈등을 잘 봉합할 수 있는 조직 장악력을 갖춘 내부 인사가 임명돼 해이해진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특히, 국정원은 운영에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며, 정보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 정보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이 시기에 국정원은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국정원의 직무 수행인 국외 및 북한에 관한 정보와 방첩, 대테러, 국제범죄조직의 정보 강화는 물론 국가 기밀,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북한 동향을 면밀하게 살펴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행정기관의 사이버공격 위협에 대한 예방 및 대응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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