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 경제학박사
전성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 경제학박사

  새벽 물안개가 가장 아름다운 달이 11월이다. 저 멀리 황병산에 서 바라다 보이는 동해의 가장자리에서 서서히 피어나 물안개가 연기처럼 서서히 퍼져가고, 갈대숲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려보면 동양 최대 규모의 대관령관광목장. 때마침 대관령에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가 체험객을 반겨준다. 그 속에서는 신비스런 동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지구온난화 문제 대두 이후 풍력 발전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풍력 발전시장도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덴마크의 경우 전력 공급의 20% 가까이 되며 독일은 5% 정도, 미국 0.73%, 일본 0.17%, 한국은 0.04% 정도다.

풍력발전 시설은 건설 및 설치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시설단지는 농사, 목축 등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강점이 있는 반면 화력발전소보다 두배 가량 비싼 발전 단가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대관령 목장에 건설된 풍력단지의 경우 49기에 1,600억 원(기당 30여억 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에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마침내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린셈이다. 대관령목장에 들어선 풍력단지는 세계 15위 규모다. 이곳의 총 시설용량 98MW로 연간 24만 4,400MW/h의 전력을 생산하여 약 5만 가구(소비전력 400kWh)에 공급하며,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효과만도 11만8000t에 이른다.

이처럼 대관령목장은 무공해 청정에너지인 풍력발전단지 학습체험장인 동시에 해발 850 ~ 1,470m의 대관령 고원지대에 위치한 우리나라 제일의 체험교육의 명소다. 매표소 옆에는 4륜구동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고, 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망대까지 돌진하는 사람들이 차장사이로 스쳐 지나간다.

목장 저멀리 빈 자리에 이듬해 틔울 싹을 잉태하는 낙엽들의 모습도 보인다. 새 눈을 만들어서 보이지 않게 그 위를 여러 겹으로 싸 겨울을 난다. 떨어진 잎은 새 잎을 키울 거름이 된다. 생명의 순환이다. 탄생하고 떨어지고 다시 거름이 되는 자연의 질서가 그 속에 있다.

목장 하늘 위로는 멀리 떠났던 철새들도 겨울을 나기위해 돌아오고 있다. 수십만 마리가 까맣게 하늘을 덮기도 하고 때로는 몇 십 마리가 선두를 따라 줄을 서거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기도 한다. 마치 배가 선단을 이루어 하늘을 항해하는 것 같다.

생명과 조락이 함께하는 풍요롭고도 쓸쓸한 달이다. 후회하고 허전해하기보다는 마지막 남은 햇볕을 감사하며 아끼는 마음으로 11월 의 치유를 만끽해본다.

치유의 11월을 느끼는 순간, 전망대에 도착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가을동화', '이중간첩' 등 인기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답게 수려한 경관이 일품이다. 목장 정상에서 서쪽으로는 푸른 초원과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와 양떼들의 공간인 600만 평의 농장 전경, 또 부드럽게 회전하는 하얀 회전날개을 뽐내는 49기의 풍력 타워들, 이 모두가 한 눈에 펼쳐지는 대초원의 파노라마다.

목장 정상인 황병산에서 멀리 바라다 보이는 동해바다, 높이 솟은 풍력터빈 위에 올라서면 동서남북으로 뻗은 백두대간. 동쪽으로 강릉 경포대, 주문진, 연곡천, 청학동, 소금강 계곡 등이 체험보너스로 치유의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반면 최근 에너지냐 생태보전이냐 ‘대안에너지냐 생태보전이냐’ 백두대간 대관령 일대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설립을 두고 환경운동 진영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한다. 대안에너지로서 풍력발전단지 건설은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한반도 생태계의 근본축인 백두대간 주능선에 건설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더 좋은 치유 환경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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