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횡재세 도입'에 이중과세·주주가치 훼손·부실 대응능력 악화 등 우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갑질’ 지적 이틀 만에 은행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발표가 나왔다. 하나금융그룹(회장 함영주)의 하나은행(은행장 이승열)이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 횡재세 도입부터 대통령 지적까지 은행 압박이 높아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과도한 수익의 일정 부분은 세금으로 거둬들여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횡재세'라는 이름으로 거론되자 하나은행이 '선수'를 친 것이다. 횡재세는 특정 산업에서 과도한 이익이 발생할 경우 이를 일정 부분 세금의 형태로 거둬들이는 제도다. 초과 수익의 기준치는 법으로 정한다. 예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유럽에서는 에너지 산업군에 대한 횡재세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중과세, 주주가치 훼손, 부실 대응능력 악화 등을 우려하는 은행권은 횡재세 도입까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의 지원방안 발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은행권의 첫 대응으로 볼 수 있다.

3일 하나은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을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대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이자 캐시백, 서민금융 공급 확대, 에너지 생활비·통신비 지원 경영 컨설팅 지원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방침이다.

우선 다음 달부터 약 11만명의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에게 665억원 규모의 '이자 캐시백'을 추가 실시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춘다.

또 서민금융상품 이용자, 고금리 취약 차주 등 은행이 선정한 금융취약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한다. 신규 가맹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약 20억원의 통신비를 지원하고 매출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개인사업자 대출 이용 고객 중 일부를 선정해 컨설팅 비용으로 약 15억원 지원을 실시한다.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은행들의 상생금융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여러 발언들도 있지만 고금리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은행들도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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