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연임' 논란에 ‘현직 CEO 우선 심사’ 폐지
실적 악화로 역성장 기록

광고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백복인 KT&G 사장이 2017년 2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광고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백복인 KT&G 사장이 2017년 2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지난 2월 KT의 구현모 전 대표가 ‘셀프 연임’ 논란으로 사퇴한 바 있다. 이에 KT는 지난 6월 셀프 연임 논란 규정을 없애고, 현직 대표도 다른 후보들과 함께 심사받도록 제도를 개편한 상태다. 이른바 ‘셀프 연임’ 논란을 일으키는 ‘현직 우선 심사제’ 폐지가 핵심이다. 투명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최고경영자(CEO) 선임 관련 규정’ 개편이 업계 흐름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백복인 KT&G 사장은 2015년 사령탑에 올라 9년째 KT&G를 이끌고 있는 '최장수 CEO'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담배인삼공사 시절까지 범위를 넓혀도 9년 이상 재임한 사장은 단 한 명도 없다. 한마디로 장기집권 중이다. 이번에도 연임 도전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사회 분위기도 한 사람이 계속 연임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 백 사장이 또다시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그동안 승승장구해왔던 KT&G의 실적이 최근들어 오히려 악화되고 있어 올해 KT&G가 5년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남은 임기 몇개월 안에 실적을 반전시킬 '뾰죽수'가 없다면 백복인 사장의 4연임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KT&G 정관 제26조(사장·이사의 선임 등)·제32조(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따르면 사장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자 가운데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고 돼 있다.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6명 이내 사외이사와 현직사장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현직사장이 사장후보로 추천되기를 원하거나 유고시에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가운데 1인을 추가로 사장후보추천위원으로 선임해 7명 이내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KT&G 사외이사는 김명철·고윤성·손관수·이지희·임민규·백종수 등 총 6명이다. 임기만료 기간은 각각 다르지만 짧게는 2024년 정기주주총회일, 길게는 2026년 정기주주총회일이다. 즉 백 사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6명의 사외이사도 이사직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실제 후보로 추천돼 나오더라도 내년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후보로 추천되는 일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주인 없는 회사 경영진의 사실상 '셀프 연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이 강력한 변수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 투자기업 내지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며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이사들이 장기 연임하는 문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도 소유분산기업의 불투명한 '황제 연임'을 문제점으로 꼬집으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한다. 윤 정부 기조가 소유분산기업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9년째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백 사장이 쉽사리 도전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G의 올해 연간 실적은 매출 5조 8481억원, 영업이익 1조 1343억원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전년 대비 0.1%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0.5% 떨어진 수치다. KT&G는 지난 3년 간(2020~2022년) 꾸준한 외형 성장(5조 553억원 → 5조 8514억원)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률이 29.14%에서 21.66%까지 떨어지는 등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올해 실적 전망치는 지난 2018년(4조 6672억원→4조 4757억원) 이후 5년만의 역성장이다.

특히 KT&G는 올해 2분기에 매출 1조 3360억원(전년 대비 5.7%↓), 영업이익 2429억원(전년 대비 25.9%↓)의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KT&G의 매출 비중에서 63.9%를 차지하는 담배사업부문이 부진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KT&G 2분기 담배사업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881억원, 2426억원으로 집계되며 각각 전년 대비 5.7%, 19.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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