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봐주기’ 논란 사라질까…공정위, 고발지침 개정
공정위, 중외제약에 역대급 과징금 298억원…전방위적 리베이트 적발

성기학 영원무역홀딩스 회장(왼쪽)과 차녀 성래은 대표(오른쪽). 영원무역홀딩스 제공
성기학 영원무역홀딩스 회장(왼쪽)과 차녀 성래은 대표(오른쪽). 영원무역홀딩스 제공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공정위가 작심하고 재벌오너와 기업 총수 일가의 불법 승계 방식인 '사익편취'와 '내부거래'를 뿌리째 뽑기로 했다. 그 시범 케이스로 영원무역그룹 성기학 회장 일가를 정조준했다. 앞으로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행위를 한 사업자가 고발되면 이에 관여한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함께 고발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의 고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의 행위(사익편취행위)'로 사업자(법인)를 고발하는 경우 이에 관여한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같이 고발하도록 했다.

그동안 중대한 사익편취행위를 적발해도 공정위의 조사만으로는 총수일가의 관여 정도를 명백히 입증하기 곤란했다. 실제 공정위는 2020년 이후 사익편취 행위를 확인한 에스케이(SK)·호반건설·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재벌집단 8곳 가운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을 제외하곤 총수 일가를 고발하지 않았다.

지난 9월에도 세아그룹의 부당내부거래를 제재하면서 지원주체인 세아창원특수강만 고발했다. 해당 거래의 수혜자인 이태성 사장은 시정명령만 부과받았다. 이 사장이 지시⋅관여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어, 공정위의 세아그룹 제재 결과에 대해 “최근 법원이 사익편취 규제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특수관계인의 ‘관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법리를 제시한 것과 대비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영원무역
영원무역

공정거래위원회는 '노스페이스' 등 해외 의류를 수입하는 중견그룹 영원무역(회장 성기학)의 그룹 내 부당 지원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서울 중구 영원무역 본사 건물과 영원아웃도어, YMSA 등에 조사관을 보내 건물 매각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영원무역의 성래은 부회장은 지난 3월 부친인 성기학 회장이 소유한 YMSA 지분 절반을 증여받았다.

YMSA는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를 보유한 비상장회사로, 영원무역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다. 성 회장에서 둘째 딸인 성 부회장에게로 경영 승계가 이뤄진 셈이다.

성 부회장은 증여세 850억원의 대부분을 YMSA에서 빌려 현금으로 납부했다.

YMSA는 이 대출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본사 건물로 사용하던 대구 만촌동의 빌딩을 600억원 상당에 매각했다.

그런데 이 건물 매수자가 그룹 내 다른회사인 영원무역으로 드러나 증여세 마련을 위해 부당 내부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영원무역 사건의 공정위 신고 사실이 다수 로펌에 유출됐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조사는 최근 제약·의류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시장 지배력이 큰 중견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감시망을 강화하려는 공정위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집단에 비해 내·외부 견제 장치가 부족해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현재 오뚜기·광동제약의 부당 지원 혐의도 조사 중이다. 지난 달 14일에는 두 기업을 상대로 각각 현장 조사를 벌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기관에 70억 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JW중외제약(대표 신영섭)에 298억 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및 대표를 검찰 고발한 가운데, 회사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었으며 일부 직원의 일탈이라고 반박, 행정소송 등의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회사는 2014년 2월부터 이달까지 자사 62개 품목의 의약품 처방을 유지하고 증대를 위해 전국 1천500여 개 병·의원에 각종 경제적 지원, 즉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특히 2014년~2018년 기간 동안에는 매년 자신이 제조·판매하는 18개 품목의 의약품이 의료기관에 판매코자 각종 경제적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본사 차원의 판촉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총 2만3천여회에 걸쳐 각 병·의원에 ▲현금·물품 ▲병원 행사 경비 ▲식사·향응 ▲골프 접대 ▲학회·심포지엄 개최 ▲해외 학술대회 참가자 지원 ▲임상·관찰연구비 등을 제공했다.

또 회사는 2014년~2018년 44개 품목의 의약품을 위해 전국 100여 개 병·의원에 500여 회에 걸쳐 약 5억3천만 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다.

공정위는 회사가 이러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숨기고자 직원 회식 등 다른 내역으로 위장해 회계 처리를 하거나 정상적인 판촉활동으로 보일 수 있는 용어로 위장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제약사가 벌인 조직적이고 전 방위적인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리베이트 사건 중 역대 최고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의·약학적 목적으로 위장될 수 있는 임상 및 관찰연구비 지원의 경우에도 자사 의약품 처방 증대를 목적으로 지원한 경우에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영섭 JW중외제약 대표
신영섭 JW중외제약 대표

반면, JW중외제약은 공정위 조치에 대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었음을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유감스럽다”며 “공정위 의결서를 받는 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공정위가 2018년 이전에 계약이 체결되고 2019년 이후까지 비용이 지급된 임상시험 및 관찰연구에 대해서도 위법행위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며 “18개 의약품에 대해 본사 차원의 판촉계획 자체가 위법한 내용으로 수립돼 이를 실행한 것이 아니라 일부 임직원들의 일탈 사례들이 확인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위법행위 은닉의 증거는 회사 내부에서 컴플라이언스 강화 차원에서 현황을 점검한 결과를 기재한 문서로 취지가 왜곡됐다”며 “임상 및 관찰연구에 대해 회사 내부 심의 절차(PRB)와 의료기관 내 심의절차(IRB)를 모두 거치는 등 공정경쟁규약상의 요건을 준수해, 이를 법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고 해명했다.

특히 과징금 산정과 관련, “2018년 이전 이미 계약이 완료된 임상 및 관찰연구의 위법행위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해 관련 매출액을 정하고 2021년 강화된 과징금 고시를 적용한 부분도 법리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정위 조치는 타사 사례들과 비교해 형평을 잃었으며, 관련 매출액의 산정 등 법리적으로도 다툼의 소지가 충분하다”면서도 “이 사건을 계기로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영업환경의 정착을 위해 CP 강화 및 회사 내 각종 제도 개선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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