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홍콩IB 두곳 적발...국내 수탁 증권사도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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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자 국내 수탁사 증권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는 '라임 펀드 사태' 이후 증권가 최대 이슈로 떠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글로벌 IB 2개 사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고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으로 불법 공매도를 지속해온 사실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난 13일 오전 금감원 본원에서 글로벌 대규모 IB들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HSBC 홍콩 본점 건물
HSBC 홍콩 본점 건물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 소재 글로벌 IB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 기간 중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홍콩 소재 B사는 2021년 8월부터 2021년 12월 기간 중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기존 불법 공매도 적발 건이 대부분이 헤지펀드의 주문 실수,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면 PBS업무(Prime Brokerage Service)를 하는 글로벌 IB가 지속해 불법 공매도를 해온 사례는 이번에 최초로 적발됐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 소재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총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IB는 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공매도 등 국내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관투자자와 매도스왑거래를 체결하면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시장에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다.

A사는 이 과정에서 부서 간 소유주식을 중복으로 계산한 것을 기초로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무차입 공매도 개념도
무차입 공매도 개념도

예를 들어 A사내 a부서가 주식 100주를 갖고 있고, b부서에 50주를 대여해줬다면 a부서는 이 대여내역을 입력하지 않고 100주를 잔고로 인식한다. 동시에 b부서도 대여한 주식 50주를 잔고로 인식해 A사 전체로는 실제보다 50주 더 많은 150주를 잔고로 인식하는 것이다.

A사는 매매거래 익일에 결제수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사후 차입하는 방식으로 위법행위를 방치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지속해서 잔고 부족이 발생하는 것을 알면서도 A사의 원인 파악이나 예방조치 없이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계속 수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소재의 B사 역시 2021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B사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스왑 주문을 받고,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 수량이 아니라 향후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들이 악재성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공매도한 것은 아니며 이들의 불법 공매도가 당시 주식시장에 미쳤을 영향도 적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불법 공매도 적발로 과징금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직전 최대 규모 과징금은 올해 3월 외국계 금융투자회사 대상 38억7000만원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회사와 유사한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일부 IB의 경우 장 개시 전 보유 수량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돼 조사하고 있다. 다른 IB에 대해서도 이상 거래 발견 시 즉시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IB로부터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다음은 김정태 부원장보와의 일문일답.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가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브리핑실에서 글로벌 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 및 향후계획과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가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브리핑실에서 글로벌 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 및 향후계획과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최대 규모 과징금을 예상한다면 어느 정도 예상하는 건지.

"현재까지 가장 컸던 게 38억원 정도. 그것보단 크다."

-외국 IB의 경우 내부통제가 엄격하고 내부적으로 강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별도 법·제도로 규제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게 당국 스탠스였는데. 이번 적발로 우리도 제도적 규제를 도입해야 한단 목소리에 힘이 실리겠다. 대안이 있는지.

"공매도가 국내 자본시장의 큰 이슈고 1000만 동학개미 불신을 받고 있는 이슈인데, 외국인 투자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업무를 해주고 있는 증권사가 우리 제도를 몰랐단 건 말이 안된다. 이번에 글로벌 IB 행태를 우리가 봤기 때문에 다른 IB로도 확대해서 보겠다."

-A사 계열 국내 소재 증권사, 제재 조치 이뤄지는지.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에)어느 정도 조력했는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귀책을 따지기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번 건에 대해선 확실히 국내 수탁 증권사도 문제가 있다고 봤고 조치를 할 예정이다. 다른 증권사로도 검사도 강화할 것이다."

-인위적인 주가 하락을 유발했다든지, 불공정거래 연루 혐의가 있는지.

"악재성 정보 공개 전 무차입 공매도를 하는 고의적 공매도 거래 등을 적발하긴 했지만, 이번 건과는 별개의 건. (불공정거래 연루 건은)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단계를 지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최초 적발'이라고 밝혔는데. 이전 건과 오늘 건의 차이는?

"그간은 공매도 조사 대상이 헤지펀드, 즉 최종 고객(엔드 클라이언트)였다. 이들은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과징금이나 과태료도 경미했다. 근데 이번 건 고의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례라 최초 적발이라고 하는 거다. 이들은 글로벌 IB다. 세계적인 증권사가 사후 차입 방식으로 불법 공매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 제도 이해가 부족했다고 볼 수 없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단 것. 적발된 A·B사 불법 공매도가 주가에 영향이 있었는지.

"(이승우 조사2국장 답변)개별 종목 비중 자체는 크지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해 주가가 하락 전환할 수준은 아니었다. 공매도를 하고 다시 청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주가가 올라 손실을 입기도. 이 건으로 그렇게 판단하긴 어렵다."

-의도, 고의성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업무 프로세스상의 문제. 악재성 정보를 이용하거나 한 차원은 아니다."

-시장에 영향을 줄 의도는?

"주문 실행단계에서 본인들이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를 내는 거기 때문에 악재성 정보로 하락에 베팅했다고 볼 순 없다. 이들은 주가 하락을 바랄 유인이 없다."

"(이승우 국장)IB는 주가 변화에는 관심 없다. 투자자는 따로 있는데 그들은 차입이 힘드니까 이 IB에 다 맡기는 것. IB는 매도 스왑에 따라 매도했을 때 자기도 같이 매도하지 않으면 가격 변동 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에 무조건 똑같은 수량을 차입해 매도해야 한다(공매도). 그런 구조다보니 IB는 주가 변동에 관심없고 최종투자자는 주가 변동에 관심이 많다."

-글로벌 IB들 해명은?

" 다 인정했다. (의도성은) 좀 더 논의해봐야 한다. 일단 B사는 시스템 다 개선했고, A사에게도 시스템 개선 요구해서 진행 상황 체크하려고 하고 있다."

-위법 행위 시작 시점이 비슷한데. 2021년 하반기 이들이 무차입 공매도를 한 이유는? 갑자기 중단한 건가?

"한국거래소에서 일부 이상 종목을 봐 달라고 하면 그 종목에 대한 기간만 본다. 그리고 우리가 종목과 기간을 더 확대해서 보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기간을 잘라 들여다본 것. 이전은 괜찮고 이후는 괜찮냐고 하면 끝도 없는 거고, 조사 기한을 무한정 늘릴 수 없어 가장 혐의가 명확한 이 시점을 잘라 조사한 거다. 그 다음 부분은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불법 공매도가 이뤄지는지, 자세한 프로세스 설명 부탁한다.

"엔드 클라이언트 단계에서 IB에게 매도해 달라고 하면 매도 스왑 계약을 체결한다. PBS는 주식 종목 대여도 쉽게 할 수 있으니까. 근데 그냥 매도하면 포지션(롱·숏)이 생기니까 그걸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를 똑같은 수량으로 같이 내는 거다. 3일 결제 시스템이니까 T+2일까지만 공매도해놓고 그 다음날까지만 사놓으면 되니까, 오늘 공매도 먼저 하고 내일 사놓은 거다. 이렇게 공매도를 내니까 조사가 어렵다. T+2일까지도 결제가 안되면 아주 큰 문제인데, 글로벌 IB다보니까 어떻게든 차입을 해와서 그런 사고가 난 적이 없다. 그래서 인지하기가 어려웠던 거다."

-위반 알면서도 프로세스 수정을 안한 유인은? 게을러서, 수익이 있어서?

"(이승우 국장)스왑 계약을 체결하면 수수료 수익이 발생한다. 근데 차입해둔 게 100이라 100만 체결해야 하는데, 알아보니까 100을 더 빌릴 수 있겠구나 하면 그냥 200까지 빌려줄게 하고 체결해버린다. 그럼 수수료가 두배로 는다. 주문은 자동으로 나가기 때문에 차입 100만 있는 상태에서 200으로 매도 주문이 나간다. 매도 스왑이 200계약인데 100만 내면 가격 리스크에 노출되니까 일단 다 내버리고 사후에 100을 더 차입해 오는 식으로 운영했다.

또 일단 계약량대로 200을 체결해뒀지만, 막상 매도를 냈더니 체결이 150주가 됐다 하면 최종적인 50주만 추가로 사후 차입 계약을 하면 된다. 그럼 미리 앞서서 100주 더 차입해두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된다. 수수료 수익도 얻고 차입 비용은 줄이고, 양쪽에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럼 목적은 수수료를 극한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이승우 국장)그것밖에 없어 보인다. IB는 중개만 해서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은 최종 투자자한테만 귀속된다. 수수료 수입 말고 다른 요인은 없어 보인다."

-B사는 차입이 확정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 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동 수량만큼만 공매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했는데, 근본적인 해결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근본적으로 개인은 증거금이 있고 기관은 없다. 주문 낼 때 주식이 없어도 매도가 가능한 것이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의 차이. 외국인과 기관은 자기들끼리 자유롭게 빌리는데, 그게 정확하게 시스템적으로 관리가 된다면, 선차입했다는 게 서로 간 시스템에 자동으로 등록이 되도록 한다면 이런 불법 무차입 공매도는 발생하지 않을 거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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