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도 '항우연 연구원' 대량 스카웃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표이사 김동관 부회장)로 자리를 옮기는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원장 외 13명의 항우연 연구원이 한화그룹으로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기술유출'에 대해 국정원 조사를 비롯,과기정통부의 항우연 특정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 세금으로 축적한 기술력을 민간 기업이 독식한다는 비판과 기술 유출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32년까지 총 2조132억원이 투입될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체계 종합 기업 선정을 앞둔 시점에서 핵심 연구진이 한화로 대거 이직하면서 이해 충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항우연 창립 멤버다. 1988년 항우연 전신인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 입사해 항우연 중형로켓개발 그룹장, 액체로켓(KSR-Ⅲ) 사업단장, 우주발사체 사업단장, 발사체 연구본부장, 나로호발사추진단장 등을 맡으며 ‘로켓 외길’을 걸어왔다. 항우연의 다른 연구진 10여 명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직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산업계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조광래 미래우주기초기술연구원(가칭) 최고기술경영자(CTO)·원장 내정자.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조광래 미래우주기초기술연구원(가칭) 최고기술경영자(CTO)·원장 내정자.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13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항우연에서 민간 우주 기업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기술유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항우연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해 민간 우주 기업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연구원은 수십 명 규모다.

과기정통부는 표면적으로는 ‘기술유출’을 문제 삼고 있다. 항우연 이직자들은 이미 국가정보원에서 산업기술 유출과 관련해 감사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 중순부터는 과기정통부의 특정감사를 받았다. 지난달 4일부터 노동조합 관련 사안으로 착수한 특정감사와 별개로 기술유출 사안만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특정감사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에 남는 연구자들이 연구 인력의 이탈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항우연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화로 이적하는 연구 인력은 주로 나로호와 누리호를 주도한 팀장급 이상 인력들로 이들의 이적으로 그간 적체돼 있거나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있었던 항우연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이적 계획이 있는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를 담은 정보를 별도로 보관하려는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발견되면서 한화와 발사체 기술료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불필요한 보안 문제에 불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민간 기술 이전도 중요하지만 국가 세금으로 개발된 기술이 한 기업에 제값을 받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승연 회장의 우주 정복 실현을 위해 한화가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전문인력 채용에 나섰다.[사진=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우주 정복 실현을 위해 한화가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전문인력 채용에 나섰다.[사진=한화그룹]

한편, 지난 8월 9일 한화 공식 채용 포털인 ‘한화인’에 따르면 한화는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우주 전문인력 모집에 나섰다. 올해 스페이스 허브의 출범 3년 차를 맞이한 만큼 우주경제를 이끌 우수인재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우주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한화가 대규모 우주인재 채용에 나선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우주 진출의 밑그림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특히 우주 사업에서 인력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가 집결되는 우주 산업의 특성상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의 인재 확보가 필수이지만 한국의 우주 분야 종사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2022 우주산업실태조사’를 보면 미국은 우주 산업 종사자가 17만 명인데 비해 한국은 1만 명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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