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과 다른 지침으로 '압박'..."보험금 부지급 목적의 이중장부"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자사에 불리한 진단서를 작성한 대학병원 의사에 협박성 우편을 보낸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업법 위반 여부 조사는 물론 보험금 부지급 보험사들의 이른바 '지침'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의 '전수조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회사가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의 진단 기준이 담긴 일종의 '지침'을 손해사정사들에게 배포하고, 이를 의사들과 공유하도록 하면서 '압박 카드'로 쓴다고 고발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고발의 핵심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만든 이중 장부와 같은 '지침'을 따로 두고 보험회사가 고객들에게 준 보험약관과 전혀 다른 내용인데다 의학적으로도 완전히 엉터리인 기준이기 때문"이라는 것.

12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오마이뉴스는 지난 11일 "한 보험회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절감할 목적으로, 자사에 불리한 진단서를 작성한 대학병원 의사 A교수에 협박성 우편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또 이 보험회사가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의 진단 기준이 담긴 '지침'을 손해사정사들에게 배포해 의사와 공유하도록 하면서 자사에 유리한 진단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보도를 통해 보험회사들의 공공연한 비밀인 이른바 '지침'을 만천하에 알린 바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은 이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모든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보도와 관련해) 해당 보험회사의 의견을 듣고, 내용도 받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앞서 보험회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을 절감할 목적으로, 자사에 불리한 진단서를 작성한 대학병원 의사에 협박성 우편을 보낸 사실을 보도했다. 또 보험회사가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의 진단 기준이 담긴 '지침'을 손해사정사들에게 배포해 의사와 공유하도록 하면서 자사에 유리한 진단을 유도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보험업 감독규정에는 의료자문(및 의사 진단)과 관련해 규정하고 있는 바가 없어 이런 부분은 민사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보험회사가 의사의 진단에 개입하더라도 현행법상으론 형사 처분이나 행정 처분이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보험업법 위반 가능성은 배제할수 없다는 것이 당국 쪽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저희는 (보험회사의 의사 협박) 과정에서 소비자, 보험계약자에 대한 피해가 발생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보험회사가 이를 통해 보험금을 (소비자에게)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면 보험업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어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업법에선 보험회사가 약관을 준수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 보험회사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보험업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보험회사가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며 꼬리 자르기 할 가능성도 있어 (의사에 대한 협박이) 본사 차원에서 이뤄졌는지, 위탁업체에서 발생한 것인지 등도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도 내용이 (금감원 조사로도) 확인된다면 전수조사를 확대할 필요성도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앞서 "A교수는 해당 보험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들도 자사에 유리한 진단을 종용하거나, 이와 관련한 지침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고 보도했었다. 금감원의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보험회사들의 관행적인 의사 진단 행위 개입 등이 개선될 지 주목된다.

한편, 소비자원에 따르면, 부당 부지급으로 인정된 건이 가장 많은 손보사는 현대해상(대표 조용일)이다. 계약이행(54건), 환급(1건), 배상(8건), 부당행위 시정(19건) 등 82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삼성화재(대표 홍원학, 73건), 메리츠화재(대표이사 부회장 김용범, 70건), DB손해보험(대표 정종표, 61건), 흥국화재(대표 임규준, 59건), KB손해보험(대표 김기환, 52건), 한화손해보험(대표 나채범, 41건), 롯데손해보험(대표 이은호, 27건) 순이다.

생보사 중에선 삼성생명(대표 전영묵)이 82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화생명(대표이사 부회장 여승주, 40건), 교보생명(대표이사 회장 신창재, 33건), 농협생명(대표 윤해진, 22건), 신한라이프생명(대표 이영종, 19건), AIA생명(대표 네이슨촹, 19건), 흥국생명(대표 임형준, 16건)이 뒤를 이었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