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교수
김동수 교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이 사실상 해킹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국정원 보안 점검 결과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이 발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개표시스템 보안 점검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 5월 국회ㆍ언론을 통해 선관위의 북 해킹 대응 및 정보통신기반시설 관리에 대한 부실 우려가 제기된 이후, 선관위ㆍ국정원ㆍ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합동 보안 점검팀을 구성하여 국회 교섭단체 추천 여야 참관인들 참여하에 7.17~9.22간 보안 점검을 실시 하였다. 합동 보안 점검은 크게 시스템 취약점, 해킹 대응 실태, 기반시설 보안 관리 등 3개 분야로 구분하여 진행되었다.

‘시스템 취약점 점검’은 기술적인 모든 가능성을 대상으로 가상의 해커가 선관위 전산망 침투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다음과 같은 보안취약점들이 발견되었다.

투표 시스템은 유권자 등록현황ㆍ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통합 선거인명부 시스템’ 에는 인터넷을 통해 선관위 내부망으로 침투할 수 있는 허점이 존재하고, 접속 권한 및 계정 관리도 부실하여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사전 투표한 인원을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표시하거나‘사전 투표하지 않은 인원을 투표한 사람’으로 표시할 수 있고, 존재하지 않은 유령 유권자도 정상적인 유권자로 등록하는 등 선거인명부 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다.

선관위의 내부시스템에 침투하여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廳印(선관위)ㆍ私印(투표소)파일을 절취할 수 있었으며, 테스트용 사전투표용지 출력프로그램도 엄격하게 사용 통제되지 않아 실제 사전투표용지와 QR코드가 동일한 투표지를 무단으로 인쇄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여야정당 등 일부 위탁 선거에 활용되는 ‘온라인투표시스템’에서는 정당한 투표권자가 맞는지를 인증하기 위한 절차가 미흡하여 해커가 대리 투표하더라도 확인이 되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사전투표소에 설치된 통신장비에 사전 인가된 장비가 아닌 외부 비인가 PC도 연결할 수 있어 내부 선거망으로 침투가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부재자 투표의 한 종류인 ‘선상투표’의 경우에는 특정 유권자의 기표 결과를 볼 수없도록 암호화하여 관리하고 있으나, 시스템 보안 취약점으로 암호해독이 가능해 특정 유권자의 기표결과를 열람할 수 있었다.

개표 결과가 저장되는 ’개표시스템’은 안전한 내부망(선거망)에 설치ㆍ운영하고 접속 패스워드도 철저하게 관리하여야 하나, 보안관리가 미흡하여 해커가 개표결과 값을 변경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투표지분류기에서는 외부장비(USB등)접속을 통제해야 하나, 비인가USB를 무단 연결하여 해킹프로그램 설치가 가능했고, 이를 통해 투표분류 결과를 바꿀 수 있었다. 또한, 투표지 분류기에 인터넷 통신이 가능한 무선통신 장비도 연결할 수 있었다.

시스템 관리로 선관위는 중요 정보를 처리하는 내부 중요 전산망을 인터넷과 분리하여 사전인가된 접속만 허용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나, 망 분리 보안정책이 미흡하여 전산망 간 통신이 가능, 인터넷에서 내부 중요망(업무망ㆍ선거망 등)으로 침입할 수 있었다.

선관위는 주요 시스템 접속시 사용하는 패스워드를 숫자ㆍ문자ㆍ특수기호를 혼합하여 설정하는 등 안전하게 운영하여야 하나, 단순한 패스워드를 사용하고 있어 이를 손쉽게 유추하여 시스템에 침투가 가능하였다.

선관위는 시스템 접속 패스워드 및 개인정보 등 중요 정보를 암호화하여 관리해야 하나,△내부포털 접속 패스워드△역대 선거시 등록한 후보자명부ㆍ재외선거인명부 등을 평문으로 저장하고있어 내부 주요서버 침투에 활용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대량 유출 위험성도 확인하였다. 이미 발생했던 ‘해킹사고 대응’ 부분에서도 후속 차단ㆍ보안 강화 조치가 미흡했던 사례들이 드러났다.

선관위가 최근 2년간 국정원에서 통보한 북한발 해킹사고에 대해 사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적절한 대응조치도 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고, 이메일 해킹사고의 피해자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아 동일 직원 대상으로 사고가 연속으로 발생하였다.

2021.4월경 선관위 인터넷PC가 북한 ‘킴수키(Kimsuky)’ 조직의 악성코드에 감염되어 상용 메일함에 저장된 대외비 문건 등 업무자료와 인터넷PC의 저장자료가 유출된 사실도 확인되었다. 선관위가 운영 중인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보안 관리 실태에 대해서도 엄정한 계량 평가를 실시하였다.

선관위는 2022년도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보호대책 이행 여부 점검’ 자체평가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국정원에 통보했으나, 합동보안 점검팀이 31개 평가항목에 대해 동일기준으로 재평가 한 결과, 전산망 및 용역업체 보안 관리 미흡 등에 따라 31.5점에 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취약점 분석평가를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정보보호 전문서비스 기업’이 아닌 무자격 업체를 통해 실시하는 등 법 위반 사례도 발견하였다. 합동보안 점검팀은 국제 해킹조직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해킹 수법을 통해 선관위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었는바, 북한 등 외부세력이 의도할 경우 어느 때 라도 공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하였다. 이번 점검은 국가 선거시스템 전반에 대한 보안취약점들을 선제 도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합동점검 팀은 선관위에 선거시스템 보안 관리를 국가 사이버위협대응체계와 연동시켜 해킹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의하였다.

또한, 선관위와 함께 해킹에 악용 가능한 망간 접점, 사용자 인증절차 우회, 유추가능한 패스워드 등을 즉시 보완하였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번 보안점검에서 적출된 다양한 문제점을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선‧총선‧ 지방선거를 총괄하는 선관위 시스템이 이렇게 취약하게 운영돼 온 사실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스템으로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해킹으로 당락이 좌우된다면 엄청난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난 21대 총선 부정선거 논란이 4년 가까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는 안일한 대응으로 더 이상 국민 불신을 자초하지 말고 투·개표 조작을 방지할 대책을 신속히 내놔야 한다.

국가의 중요한 헌법기관이 공격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국가와 국민의 안위에 심각한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사이버 안보의 주도기관이며 중추 기관이다. 현재 사이버 보안 업무는 민간과 공동으로, 공공부문에는 선관위, 국회 등 헌법기관과 행정부로 분류된다. 만약에 동시다발적인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경우 지금과 같은 대응 체계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불가능 할 가능성이 높다. 늦을 때가 빠를 때이다. 국회는 국가정보원이 대한민국의 사이버안보 관련 업무를 통합하는 국가 총괄기관으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