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원 1명당 대출 13억 증가,5대은행 중 '최고'..무리한 영업 경쟁, 건전성 악화 불러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충전이익) 높은 수준 유지, 경쟁은행 '위기감'에 '부실 대출' 양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취임 후 하나은행은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덕분에 하나은행은 직원 1인당 대출금 증가액이 13억원으로 주요 은행 중 가장 많고,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충전이익)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쟁 은행도 위기감을 느낄 정도다. 다만 일부에서는 무리한 영업 경쟁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대형금융사고시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할 수 있는 '책무구조도'를 도입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서면서 올해 상반기 직원 1인당 충전이익은 2억19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00만원(43.1%) 증가했다.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3월 '영업통'으로 잘 알려진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취임 후 차별화된 현장영업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충전이익은 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대손충당금 등이 반영되기 전으로 은행의 순수영업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지표다.

하나은행의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위기감을 느낀 경쟁 은행도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어쩔 수 없이 영업점 기업대출 부분에 금리와 한도 부분에서 재량권을 늘려준 상태"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의 고삐를 죄고 있는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 기업대출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출 총량이 늘어 나긴 마찬가지여서 부실 대출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땐 기업대출도 부실화의 위험이 크기 마련이다. 함영주 회장의 영업실적 독려는 부실의 책임 소재를 회장의 지시 때문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책무구조도의 개념도.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책무구조도의 개념도.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한편,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회사 임원별 책임 범위를 사전 확정해두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불완전 판매와 횡령 등 대형 금융 사고 발생 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을 원천 봉쇄하고, 내부통제에 대한 조직 전반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2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금융감독원과 함께 금융권 협회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선 각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적으로 기재해두는 '책무 구조도(responsibilities map)'가 도입됐다.

대상은 최고경영자(CEO),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등 이른바 'C-레벨' 임원들로, 대형은행 기준 20~30명 수준이다.

작성된 책무 구조도는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되고, 이후 금융당국에 제출되는 구조다. 그간 횡령이나 부실 펀드 판매 등 대형 금융 사고가 터졌어도 CEO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새 제도 도입 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위반한 임원에 대해 해임 요구·직무 정지 등 제재를 가할 근거가 명확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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