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금융권 초긴장...'사망' 건설업 '처벌 위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금융판 중대재해법의 내년 시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방안'이 하반기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10월 국감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의 '줄소환'이 예고됐다. 총선 전 마지막 국감에서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총수 등을 증인명단에 끼어넣자 기업들은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들을 증인채택에서 빼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유통가에선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관련 논란과 폭염 속 대형마트 근로자 사망, 가맹 본사의 갑질 의혹 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까지 여야 간사를 통해 국감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명단을 취합한 뒤 협의를 거쳐 최종 명단을 채택할 계획이다. 증인·참고인 후보로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 은행을 포함한 주요 금융사에서 임직원들의 횡령과 부당이익 편취 등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는 게 배경이다. 이에 여야는 내부 통제의 최종 책임자인 금융지주 회장을 소환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횡령, 유용, 배임 등 금융 사고에 대한 책임과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질문할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왼쪽부터)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지난해 국감에서는 5대 금융지주 회장 전원이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을 이유로 증인출석을 피하고 은행장들을 대신 보냈으나 올해는 별다른 일정이 없어 국회 소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 책임을 묻도록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 이른바 '금융 중대재해처벌법'의 내년 시행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정무위원회 국감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출석이 점쳐진다. 정치권이 '환매 특혜'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감장에 최 회장을 불러들여 특혜 여부와 관련해 추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자산운용 3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 지난달 24일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 중 라임 펀드와 관련해 특혜성 환매가 있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은 2019년 당시 63개 개방현 펀드 중 31개 판드에 대한 환매를 진행했다. 다만 31개 펀드 중 '라임마티니4호'가 포함된 4개 펀드에서는 불법적 자금 동원을 통한 환매 정황을 적발했다. 환매 대응 자금이 부족해지자, 다른 펀드 자금 125억원과 운용사 고유 자금으로 일부 투자자에게 환매를 해줬다는 내용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다선 국회의원'이 2억원 규모의 특혜성 환매를 받았다고 명시했는데 이 부분이 발단이 됐다. 추후 언론을 통해 다선 국회의원이 김 의원으로 밝혀지며 정치권 전반으로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사자로 지목된 김 의원은 곧장 금감원의 발표에 반박했다. 자신이 투자한 라임마티니4호는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과 관련이 없는 상품이며, 펀드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환매를 권유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같은날 추가 설명자료를 통해 "라임의 4개 펀드에서만 다른 펀드의 자금을 가져오거나 고유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환매가 이뤄졌다"며 "라임이 불법적인 자금지원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축소하고 일부 회피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투자자의 손실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특혜성 환매로 판단한 것"이라 재차 반박했다.

진실 여부는 미래에셋증권이 환매를 권유한 배경과 방식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이 김 의원이 가입한 라임마티니4호 가입자들에게 환매를 권유한 배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입자들에게 어떻게 환매를 권유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라임 측과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은 곤혹스런 입장에 놓이게 됐다. 김 의원이 해명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을 언급하면서 양측의 진실공방에 있어 원치 않게 '핵심 참고인'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국감에서도 특혜 환매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진실 검증을 위한 최 회장의 국감 출석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앞서 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등이 국감장에 소환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사태와는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판매사가 아닌 운용사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라임펀드 특혜 환매 의혹과 관련해 미래에셋증권에서 확인된 것으로 발표되는 부분은 일체 미래에셋증권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내용이 아니다"며 "라임펀드 특혜 환매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기관의 조사가 개시된 것으로 안다. 미래에셋증권은 조사 협조나 자료 요청이 있을 시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제기되는 특혜의혹은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아닌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의 영역일 뿐 아니라, 공적인 조사가 개시된 이상 미래에셋증권도 조사기관의 조사에 응하는 형태로 사실을 확인해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도 대상에 오르내린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 11일 대표발의 하면서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내부통제 정책 수립과 감독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 심의·의결 대상에 포함하고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소위원회) 신설을 의무화하는 등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또한 임원의 직책별 책무를 사전에 정해 문서화하는 '책무구조도' 제도도 도입해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최선을 다한 임원은 책임을 경감 또는 면제하는 조항도 있지만 횡령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경영진을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 사건을 기점으로 자체적인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내놓았던 금융권에서는 대내외 압박을 의식해서라도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는 다음달 10일부터 27일까지 18일간 국감을 실시한다. 각 상임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은 올해 일어난 주요 사건과 관련한 증인과 참고인 선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여야는 이달 18일까지 증인 신청을 취합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과 CEO들이 대거 증인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부터)이해욱 DL그룹 회장과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왼쪽부터)이해욱 DL그룹 회장과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건설분야에서 유독 사망사고가 많았다.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DL그룹의 이해욱 회장과 마창민 대표의 증인 채택이 유력하다. 특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임 GS건설 부회장의 증인 출석은 거의 확정적이다. 여야는 사망 사고가 난 대우건설(4명), 현대엔지니어링(3명), SK에코플랜트(2명)의 증인 채택도 검토하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잼버리 파행 사태와 관련해 GS리테일(부회장 허연수)과 아워홈(부회장 구지은) 측 증인 신청을 검토 중이다.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잼버리 주무부처인 만큼 'K-바가지' 논란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잼버리 대회에서 편의점을 독점운영한 GS25는 얼음컵 등 일부제품 '바가지 논란'에 뒤늦게 판매가를 낮춰 논란이 일었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

GS25는 새만금 잼버리 행사장 내 6개 매점 운영권을 모두 따냈는데 이는 정부 경쟁입찰 등이 아닌 아워홈의 자체 선정 결과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아워홈은 3월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공식 후원사에 선정돼 행사기간 식음서비스를 맡았는데, 대회 초기 '곰팡이 계란'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만 해당 계란을 공급한 업체는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지역 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관부처로 고용노동부를 두고 있는 환경노동위원회는 근로자 사망 사건과 사업장 산업재해 등과 관련해 증인 소환을 검토할 전망이다.

6월 주차장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30대 남성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코스트코와 최근 끼임사고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그룹이 거론된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최근 사고와 관련 "허영인 SPC 회장은 이번 국정감사에 출석해 1000억원의 안전 투자와 작업장 안전보건 개선 현황을 직접 입증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범석 쿠팡Inc 대표 겸 이사회 의장
김범석 쿠팡Inc 대표 겸 이사회 의장

지난해 환노위 국감에 출석했던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의장 김범석)도 각각 배달라이더 산재, 물류센터 노동환경 등으로 올해 국감 증인 목록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본사의 일방적 계약해지 등 갑질 의혹이 있는 아디다스코리아 측에 대한 정무위원회의 증인 소환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아디다스전국점주협의회는 7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이 공동주최한 간담회에서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올해 국감에 아디다스코리아 측을 증인으로 소환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사례로는 직접상설 등 매장강탈, 밀어내기 등 갑질, 세컨드 제너레이션(자녀에 점포 승계) 정책, 과도한 손해배상의무 부과, 과도한 다점포전략 등이 나왔다.

이밖의 유통가 관련 이슈로는 보건복지위원회의 담배소매점 내 담배광고 및 진열금지 추진 논의, 주류 판매용 용기에 음주운전 위험성 표기 검토 논의 등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소매점 내 담배광고를 못하게 하는 나라는 111개국, 담배 진열을 금지한 나라는 86개국이고 이 중 60개국 이상이 광고·진열을 모두 금지하고 있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 다수 의원입법이 발의된 가운데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류의 경우 음주운전의 폐해가 심각해 주류 용기에 음주의 건강 위험성 외에도 음주운전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문구나 그림을 추가하자는 의견이 제기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경고 문구로는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와 같다' 등이 예시됐다.

[출처=김경만 의원실]
[출처=김경만 의원실]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BK 김병주 회장, 부재훈 부회장과 bhc그룹 박현종 회장의 증인 출석을 예고하고 있다. 

김경만 의원이 이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하는 배경은 지난 2022년 국정감사에 출석한 MBK파트너스 윤종하 부회장의 위증 의혹이다. 

당시 김 의원은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bhc와 관련한 쟁점 사안에 대해 묻고 가맹점주와의 상생 방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가 bhc치킨의 경영에 적극 간섭해 가맹점주에게 원부자재 납품 폭리를 통한 고수익을 달성하고 있다며 ‘경영 간섭’ 논란을 파고들었고, MBK파트너스 윤 부회장이 “저희가 사후적으로 보고는 받고 있으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국정감사 이후 김 의원실은 MBK파트너스의 bhc그룹 지배구조와 경영 관여에 대해 후속 검증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고 결정적인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위증혐의 입증과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부재훈 부회장, bhc그룹 박현종 회장에 의견서 및 자료 제출을 8차례 요구했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현재까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MBK파트너스와 bhc그룹은 수차례 자료 요청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어떠한 답변과 자료 제출도 하지 않고 있다”며 “약탈적 사모펀드로 보이는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부재훈 부회장과 bhc그룹 박현종 회장의 국회 무시 태도와 자본을 앞세운 무소불위의 행태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올해 국정감사에서 MBK의 위증을 증명할 결정적인 인물인 bhc그룹 박현종 회장과 MBK파트너스의 책임자인 김병주 회장, 부재훈 부회장을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내고, MBK파트너스 위증 혐의 발언과 MBK파트너스의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해 고발 조치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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