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수조원 '탈루'...한병당 5만원 넘게 빼돌려
年 탈루액 1조6000억원 추정...與 "니코틴은 화관법 대상 관리감독 강화해 세수확보"

천연 니코틴이 함유되었음에도 합성 니코틴으로 허위신고된 액상형 전자담배. [사진=관세청]
천연 니코틴이 함유되었음에도 합성 니코틴으로 허위신고된 액상형 전자담배. [사진=관세청]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국내 전자담배 업체들이 액상 니코틴 원액을 수입할 때 니코틴 성분을 허위로 신고해 담뱃세를 탈루하는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누적 세금 탈루 규모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계 부처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여당이 이례적으로 '단속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 법인세를 비롯한 정부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세수 관리 차원의 성격도 담겨 있다.

5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는 2020년부터 올해(7월 기준)까지 수입된 액상 니코틴 원액은 총 2만197㎏으로 나타나 있다. 액상 니코틴 원액 1㎏으로 제조할 수 있는 전자담배 액상은 약 3300병이고, 전자담배 액상 1병에는 세금 5만3970원이 붙는다.

문제는 전자담배 업체들 사이에서 액상 니코틴 원액 수입 신고를 허위로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협회에 따르면 상당수 전자담배 업체는 담뱃세를 탈루하기 위해 2016년부터 '연초잎 니코틴'을 '연초 줄기·뿌리 니코틴'으로 신고했다. 담배사업법상 연초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담배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2021년 1월 개별소비세법이 개정돼 연초를 원료로 한 모든 니코틴에 세금이 부과되자 연초잎 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변경 신고해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학물질로 제조된 합성니코틴은 단순 공산품으로 분류돼 세금이 붙지 않는다.

협회에 따르면 한국 전자담배 액상의 1년간 유통량은 약 3000만병(30㎖ 기준)이며 1년간 세금 탈루액은 연간 약 1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16년부터 누적된 탈루액 규모는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감사원이 관세청,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을 감사한 결과 당시 수입된 모든 니코틴은 연초잎 니코틴이었음이 드러났지만, 전자담배 업체들의 '허위 신고' 악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시각이다. 실제로 협회에서 국내 유통 중인 전자담배 액상(합성니코틴 신고)의 성분 검사를 식품의약품안전처 분석기관에 의뢰한 결과 상당수가 연초잎 니코틴인 것으로 조사됐다.

임 의원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허위 신고 업체를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액상 니코틴 원액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상 유독물질로 분류되며 환경부 관리 대상이다. 또 유독물질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장관에게 신고한 후 유독물질 수입신고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화관법 제61조 2호는 '유독물질 수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하고 수입한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수입 니코틴 성분을 허위로 신고한 것으로 드러난 업체들 중 현재까지 화관법의 적용을 받아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이처럼 막대한 탈세 의심 규모로 인해 그간 화관법을 비롯한 각종 규제 해제에 적극적이었던 여당도 이례적으로 단속 강화를 외치고 나섰다. 특히 올 들어 가뜩이나 각종 세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 이런 탈루 행위를 차단하는 게 세수 관리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임 의원은 환경부가 해당 업체들을 화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정부의 소극적 대응 때문에 업계의 '담뱃세 탈루 꼼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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