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등 CJ계열사들 잇단 주식 매각
동서그룹 오너 2세 김상헌 전 동서 고문, 지분 8만8000주 처분
3세 장남 김종희 동서 부사장, 올해 65만주 매입

남산 CJ 사옥 간판 사이로 빨간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남산 CJ 사옥 간판 사이로 빨간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국내 대표 식품대기업의 서로다른 보유주식 매도 매입 이유가 주식시장에서 눈길을 모았다. CJ제일제당 등 계열사를 보유한 CJ그룹은 재무위기 타개를 위해 본업외 보유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최근 오너2,3세가 자사주 매도 매입이 활발한 동서그룹은 내부 오너3세의 후계승계를 염두에 둔 지분확보 성격이 짙다.

1일 뉴시스에 따르면 CJ그룹의 CJ제일제당, CJ ENM, CJ 대한통운은 최근 보유하고 있던 타법인 주식을 매도해 현금을 확보했다.

CJ제일제당은 보유중 이던 고바이오랩 지분 21만3600주(1.38%)를 전량 매도했다.

2014년 설립된 고바이오랩은 인체 내외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일종인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기반 치료제를 개발해 기술이전 등을 통해 실용화하는 것을 핵심 사업모델로 하고 있는 의약품 전문 기업이다.

고바이오랩의 매출 규모는 올 상반기 148억5000만원에 불과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86억7000만원, 56억3000만원에 달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3월 고바이오랩 지분 21만3600주를 10억원에 사들였고, 올 4월부터 6월까지 순차적으로 팔기 시작해 상반기 보유중이던 지분 전량을 매각 완료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통해 34억5000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에 따른 매각 순 이익금은 24억5000만원이다.

CJ제일제당이 고바이오랩 지분을 전량 매도한 것은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해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10월에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인 '천랩'(현 CJ바이오사이언스)을 인수하면서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매각 이후 3년 만에 바이오사업에 다시 발을 들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고바이오랩과 CJ바이오사이언스가 하고 있는 주요 사업이 마이크로바이옴으로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사업목적이 같은 다른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CJ ENM도 10년 이상 보유해 온 삼성생명보험(0.2%)과 LG헬로비전(1.5%)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CJ ENM은 2011년 삼성생명보험 지분 29만주를 850억원에, 2010년엔 엘지헬로비전 지분 112만6018주를 183억원에 사들였다. 올 1분기에는 이를 모두 매각했다. 회사측은 매각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지난달 초엔 연예기획사 빌리프랩 지분 51.5%를 1470억원에 하이브에 매각했다.

CJ ENM은 빌리프랩 지분 매각 당시 처분목적을 '핵심 레이블 역량 집중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로 공시했다.

CJ ENM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재무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어 유동성을 확보해 이를 개선하고 본업에 충실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CJ ENM은 최근 인수합병(M&A)과 신사업에 거액을 투자했으나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CJ ENM이 인수한 피프시즌(옛 엔데버콘텐트)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데다 티빙 등의 수익성도 좋지 않자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비핵심 부문의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매각 대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본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CJ대한통운도 CJ로지스틱스 유럽 지분(98.85%)을 전량 처분했다.

좌)김상헌 동서 고문 (우)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좌)김상헌 동서 고문 (우)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한편, 동서그룹 오너가 2세 장손 김상헌 전 동서 고문이 최근 동서 주식 약 15억원에 달하는 8만8000주를 장내매도했다.

반면 김 전 고문의 장남인 오너가 3세 김종희 동서 부사장은 6월 26일부터 최근까지 15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김 부사장이 올해 매입한 지분은 65만주다. 각 매입일 종가를 고려하면 약 129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지난달 23일 보유 중이던 동서 주식 8만8000주를 장내매도했다. 매도일 종가가 1만7520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15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김 전 고문이 보유한 동서 주식은 1688만8000주에서 1680만주로 감소했다. 지분은 16.94%에서 16.8%로 0.14% 포인트 줄었다.

반면 김 전 고문의 장남인 김 부사장은 6월 26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동서 지분 8만202주를 장내매수해왔다. 각 매수일의 종가를 고려하면 15억원을 조금 웃도는 규모다.

현재 김 부사장이 보유한 동서 주식은 총 1320만주다. 지분은 13.24%다.

김 부사장은 올해 4월 14일부터 총 37차례에 걸쳐 동서 주식을 매입해왔다. 올해 김 부사장이 매입한 동서 주식은 정확히 65만주다. 각 매입일의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29억원을 조금 웃도는 규모다.

김 부사장은 1976년생으로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한 뒤 동서에서 근무하며 유력 후계자로 거론됐다. 2014년 전무로 승진한 그는 올해 초 9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김 전 고문과 그의 부인인 한혜연씨(3.61%), 장녀 김은정씨(3.76%), 차녀 김정민씨(3.61%), 장남 김 부사장이 보유한 동서 지분은 총 41.02%에 달한다.

김 전 고문의 동생이자 최대주주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의 지분(18.62%)보다 약 20%포인트 이상 많은 셈이다. 김 회장과 김 전 고문의 아버지인 창업주 김 명예회장은 1922년생으로 현재 만 나이 100세이지만 상근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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