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 고금리 예금 100조 넘게 집중 만기도래 '금융 위기' 촉발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5대 시중은행권에서 금리인상으로 인해 고금리를 내세운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지만 사실상 우대금리 조건을 달성하기 힘든 경우가 있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미끼 상품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금융사에 대한 사전 심의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특히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이 판매한 '데일리 워킹 적금' 상품은 최고 연 11.00%의 고금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본 금리가 1%에 그친다. 신한은행(은행장 정상혁)이 선보인 '신한 SK LPG 쏠쏠한 행복 적금'도 마찬가지다. 기본금리 연 3.0%에 우대금리를 더하면 총 연 7.0%의 금리를 제공하지만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SK LPG 행복충전멤버십 회원(0.5%p), 매달 SK LPG 충전금액 15만원 이상(0.2%p)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2개월 만기로 월 불입액도 30만원 수준에 그친다. 은행권이 고금리 숫자 마케팅을 내세워 '미끼' 상품을 내놓는 이유는 수신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벌어진 '수신전쟁'의 결과인 연 5% 이상 고금리예금 100조원 이상의 만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어 또다른 '금융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 NPL(부실채권) 차주가 급증한 탓에 가계부채발 금융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나타나고 있는 또 다른 '위기 징후'다. 5대은행이 수신경쟁에 목을 맨 까닭은 최근 은행 수익성의 지표인 예대금리차에 따른 예대마진을 포함한 NIM(순이자마진)이 하락한 탓이 가장 크다.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 국내외 채권 금리가 상승한 탓에 은행은 은행채 등 채권을 발행하거나 예·적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비용 부담이 커진 채권 발행 대신 예·적금 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10월에서 올해 1월까지 금융권 전체 수신잔액(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 증가액이 100조원에 육박(96조2504억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 불안이 최고조였던 지난해 11월 금융권 수신 증가폭은 25조1493억원으로 평소 대비 2배 가량 급증했다. 넉달간 수신 증가액이 100조원에 육박한 만큼 신규 취급액 기준으론 전 업권에서 200조원이 넘는 자금을 빨아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특히 고금리 경쟁을 촉발시킨 은행도 평균 금리가 연 4.95%로 5%에 근접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례적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6월에만 해도 신규 취급한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연 4%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비중은 11월 34.7%, 12월 28.9%로 뚝 떨어졌다. 대신 연 5% 이상 고금리로 예치한 정기예금이 전체의 29.7%(11월)로 대폭 늘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기준 국내 은행의 적금 상품 최고금리 평균은 5.51%로 집계됐다. 하지만 해당 상품들의 실제 취급금리 평균은 3.4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시중은행은 연 7~13%에 달하는 고금리 적금을 판매하고 있지만, 대부분 2% 가량의 기본금리만 적용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인상으로 인해 고금리를 내세운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지만 사실상 우대금리 조건을 달성하기 힘든 경우가 다수 있다"며 "우대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출하지 않아도 될 돈을 더 내야할 뿐만 아니라 시중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를 받는 경우도 있어 신중한 가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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