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41% 인스타에 '가짜 친환경' 게시물"
에쓰오일 등 정유 화학 에너지 업종 '최다'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시민 497명과 함께 작년 4월1일부터 올해 3월31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정한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399곳이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게시물을 조사한 결과  '최악의 그린워싱' 1위로 롯데칠성음료의 한정판 생수 출시 광고 게시물(16.2%)을 꼽았다. 또 국내 대기업 인스타그램 계정 10개 중 4개에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게시물이 올라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29일 나왔다.

이들 기업은 조사 기간 총 6만21개의 이미지 형태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 중 그린워싱 게시물은 650개였다. 그린워싱 게시물을 한 건이라도 올린 기업은 165곳(41.4%)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 등 정유·화학·에너지 업종에서 가장 많은 그린워싱 게시물(80개)을 올렸고 건설·기계·자재(62개), 금융·보험(56개) 업종이 뒤를 이었다.

유형별(중복 포함)로 보면 자연 이미지를 남용해 친환경 이미지를 씌운 게시물(51.8%)이 가장 많았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기업이 노력하는 대신 참여형 이벤트로 소비자와 개인에게 책임을 넘기는 '책임 전가형'(39.8%), '녹색 혁신의 과장형'(18.3%) 게시물도 있었다.

롯데칠성음료의 한정판 생수 출시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롯데칠성음료의 한정판 생수 출시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최악의 그린워싱' 1위로 롯데칠성음료의 한정판 생수 출시 광고 게시물(16.2%)을 꼽았다.

플라스틱 생수병 라벨에 멸종위기 동물 그림을 삽입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에는 '환경을 위한 새로운 활동'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린피스는 이 게시물이 자연 이미지를 남용했다며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로 해양생물이 피해를 본다는 정보는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그린워싱 2위는 삼성스토어의 무풍에어컨 광고 게시물(14.2%)이었다. 정부의 친환경 마크를 받지 않은 제품에 자사의 마크를 교묘하게 사용해 공인기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오인하도록 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 [자료=그린피스]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 [자료=그린피스]

그린워싱 사례 650개 중 절반이 넘는 51.8%가 ‘자연 이미지 남용’ 유형이었다. 예를 들어 기아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SUV 차량을 숲속에 둔 이미지를 올리고 ‘보기만 해도 숲 냄새가 난다’는 문구를 담아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했다.

‘책임 전가’ 유형은 39.8%였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7월 올린 게시물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나와 지구를 위해 자전거로 라이딩을 시작하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녹색 혁신 과장 유형은 18.3%였다.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가 ‘탄소중립’ 윤활유라고 광고한 뒤 ‘그린워싱’으로 환경부 제재를 받은 제품을 ‘탄소 감축 노력’ 사례로 소개했다.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섞여 있는 사례도 23.3% 였다. 기업 임직원의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 기업 활동과 상관없는 환경 트렌드 소개 등 기타 사례는 전체 그린워싱 사례의 14%다.

국내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 지원 사업 '숲'(Swoop)을 홍보하면서 숲속에 있는 비행기 이미지를 게시하고 'Eco-friendly' 해시태그를 붙인 한진, 자사의 온실가스 감축 책임과 노력을 명시하지 않고 시민의 텀블러 사용을 강조한 GS칼텍스 등의 게시물도 그린워싱으로 꼽혔다.

그린피스는 "그린워싱을 자행하는 산업군이 증가하고 방식이 교묘해질수록 소비자는 진짜 친환경적인 혁신에 나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에 그린워싱 마케팅 근절과 환경 역량 강화, 책임 전가 중단과 신뢰 확보, 기후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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