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고질적인 재무구조 개선 또 '실패'... ‘대규모 증자→주가 하락’ 패턴 반복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한화오션 임직원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한화오션 임직원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한화오션(042660)이 2조원대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왜 그럴까? 증자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 만큼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상당한데다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재무구조가 취약한 곳으로 유명했다. 오랜 기간 주인 없는 회사로 남아있다 보니 경영비효율 탓에 곳간에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그 여파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국내 조선 빅 3 중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곳은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최근 유례없는 조선업 호항에도 불구 한화오션만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재무구조 정상화를 약속했던 만큼 대규모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곳간 재정비에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자금 사용처는 예상과 달랐다.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로 확보할 2조원의 자금을 오롯이 '투자'에 올인키로 했다. 투자 내용도 상세했다. 초격차 방산 솔루션(9000억원), 친환경·디지털 선박(6000억원), 스마트야드(3000억원), 해상풍력 토탈 솔루션(2000억원) 등에 투자한다.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 기반한 전략적 투자다.

2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한화그룹(대표이사 부회장 김동관)에 인수된지 3개월 만에 추가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 25일 오전 11시34분 기준 한화오션 주가는 전일보다 0.14% 하락한 3만5000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 주가는 10영업일 째 연일 하락세다. 이 가운데 주가 하락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22일 시장에 유상증자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증자 계획이 알려진 뒤 첫 거래일인 22일, 주가는 전날 대비 5.03% 하락한 3만5850원에 마쳤다. 

한화오션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통해 약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택했다. 신주발행 주식수는 8950만주로 현재 발행주식수의 40%에 달한다. 예정 발행가는 30% 할인율을 적용해 2만2350원이다.

한화오션 주주들이 이번 증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올해만 벌써 두 차례 유상증자이기 때문이다. 앞서 회사는 불과 석달여 전에도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주주배정이 아닌 제3자배정 방식을 택해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최소화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의 지분 49.3%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높아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반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회사 경영책임을 일반 주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는 한화오션의 유상증자돈 2조원을 방산 투자에 올인한 선택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재무 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마당에 투자에 나섰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부채비율이 한때 1860%에 육박했다. 한화가 인수하면서 2조원의 인수 자금이 투입돼 현재는 485%로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경쟁업체인 HD한국조선해양(157.4%), 삼성중공업(303.98%)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수출입은행이 지원한 공적자금인 신종자본증권 문제도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2조3328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상반기 기준 자본총계인 2조3322억원을 넘어선다. 물론 만기는 30년으로 길지만 갚아야 할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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