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민주당 김상희 의원에 환매중단 직전 2억원 투자금 돌려줘

전남 나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사진=과기부 제공]
전남 나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사진=과기부 제공]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금감원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이하 전파진흥원) 기금운용본부장이었던 A 씨가 회삿돈 1060억 원을 2017∼2018년 옵티머스에 투자하기 전 옵티머스로부터 1000만 원을 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또 A 씨의 자녀가 옵티머스 관련사로부터 급여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도 발견했다. 금감원은 올 5월부터 이러한 혐의들을 검찰에 통보했다. 앞서 희대의 펀드 사기 사건을 저지른 옵티머스자산운용에 정부 기금 1000억원을 투자해준 전파진흥원 기금운용본부장 A씨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옵티머스에 시드머니를 대준 A씨는 옵티머스 사건의 공모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두 차례 자체 징계위원회에서 각각 견책, 정직 1개월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에 2017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060억 원의 기금을 투자했다. 이 중 대신증권이 830억 원, 한화증권이 230억 원을 차례로 판매했다. 당시 자본미달 상태였던 옵티머스는 전파진흥원 투자를 마중물 삼아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옵티머스를 정상화시킨 ‘백기사’ 역할을 했던 전파진흥원은 2018년 10월 돌연 옵티머스와 대신증권을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한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수사의뢰서에 따르면 전파진흥원은 “대신증권에 기망당해 기관 자금을 편취당한 의혹이 있다”고 적었다. 본인의 펀드 개설 요청에 따라 수준 미달의 펀드를 만들어 판매한 대신증권을 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이다. 전파진흥원은 “원리금을 전액 회수해 손해는 없지만 국가의 공적자금이 불법행위 도구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공공기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50·수감 중) 등을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 직전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전 국회부의장)에게 2억 원의 펀드 투자금을 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를 반박하는 메시지를 냈다. 김 의원은 “저는 거래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에 저의 자산을 맡기고 수천만 원 상당의 손해를 보았을 뿐 특혜 환매를 한 바 없다”면서 “미래에셋증권은 라임마티니4호 등에 투자한 모든 고객에게 시장 상황에 따라 환매를 권유했고, 저를 포함한 전 고객이 환매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4선의 김 의원은 이화여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약사 출신으로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엔 여성 최초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A중앙회’로 밝혀진 농협중앙회 측도 “실무 부서에서 내부 규정에 따라 환매를 했지만 특혜성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24일 라임 펀드와 관련해 “2019년 10월 대규모 환매 중단 선언 직전인 그해 8, 9월 4개 라임 펀드에서 투자 자산 부실 등으로 환매 대응 자금이 부족해지자 다른 펀드 자금과 운용사 고유자금을 이용해 일부 투자자들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A중앙회(200억 원)와 B상장사(50억 원), 다선 국회의원(2억 원)’을 특혜성 환매의 수혜자로 지목하면서 “라임 측은 특혜성 환매를 해줌으로써 4개 펀드 투자자의 손실을 다른 펀드 투자자에 전가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라임이 유력 고객에게 돈을 먼저 돌려주기 위해 다른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전가하는 ‘도덕적 해이’를 자행했다고 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라임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및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라임 측이 다른 펀드 자금 등을 이용해 다선 국회의원 등 일부 유력 인사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고 밝혔다. 당국이 적시한 ‘다선 국회의원’은 나중에 김 의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김 의원은 “(투자 과정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손해를 보았을 뿐 특혜 환매를 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라임이 김 의원 외에도 농협중앙회와 또 다른 상장사에 각각 200억 원과 50억 원의 투자금을 돌려준 사실도 확인했다. 라임 펀드 자금이 투입된 5개 기업에서는 총 2000억 원 규모의 횡령 혐의도 새롭게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당시 ‘봐주기 의혹’이 일었던 3대 펀드 사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금감원은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4500여 명에게 1조6000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이 정작 국회 부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4선), 상장사 등 유력 고객에게만 ‘특혜성 환매’를 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운용사들의 횡령 자금이 정·관계 로비 용도로 활용됐을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라임 펀드의 투자처였던 5개 회사에서 총 2000억 원 규모의 횡령 혐의도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대표들은 펀드 자금을 필리핀 소재 리조트를 인수하는 데 쓰거나 본인의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 캄보디아 개발 사업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회삿돈을 빼돌린 임원도 있었다.

향후 검찰이 이들의 횡령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라임 사태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횡령 자금이 정상적이지 않은 곳으로 흘러간 것 같다고 검찰에 통보했다”며 “용처에 대한 부분은 검찰이 수사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라임뿐 아니라 디스커버리,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도 부정 행위가 추가로 적발됐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2017년 6월∼2018년 3월 1060억 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는 대가로 옵티머스로부터 1000만 원을 받았다. 또 자녀를 옵티머스 관계사의 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수령하게 했다.

디스커버리의 임직원들은 부동산 대출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부동산 개발 인허가 사항 등 미공개 정보로 수익을 올렸다. 디스커버리는 임직원들이 만든 회사에 109억 원을 대출해 주면서 약정 이자를 면제해 주거나 이자 지급 기일을 연기해 주는 식으로 편의를 제공했다. 디스커버리는 또 투자했던 특수목적법인(SPC)의 자금 부족으로 펀드 상환이 어려워지자 다른 SPC 펀드 자금을 이용해 돌려막기를 했고, 이 과정에서 거짓 투자제안서를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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