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 중개업체 통해 유료자문 형식 기밀유출로 10억 벌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현직 재직 중 2차 전지 제조·공정과 관련한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누설하고 자문료를 받은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 부회장) 전 임원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결국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임원이 현직 재직시 버젓이 자문중개업체를 통한 기밀유출 범죄를 방조한 셈이다.

1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성범)는 업무상배임과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LG에너지솔루션의 전 임원 정모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자신 회사의 2차 전지와 관련한 영업비밀 16건을 촬영하고, 자문 중개 업체를 통해 유료 자문 형식으로 이 같은 영업 비밀 24건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누설한 정보 가운데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2차 전지 연구개발 동향과 로드맵, 생산라인 현황, OEM 자동차 업체와의 계약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씨는 이 과정에서 회사에서 자문 행위를 금지하는 등 조치가 내려지자, 가명을 만들고 동생의 주민등록증을 자신이 만든 가명으로 수정하는 등 혐의도 받는다.

이 같은 방법으로 정 씨는 2년 동안 자문 중개 업체를 통해 최소 320여 건의 자문을 해주고 자문료 약 9억 8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한편 검찰은 정 씨가 영업 비밀을 누설하도록 방조한 혐의로 자문 중개 업체의 전 이사인 최모 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 측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지난달 정 씨를 구속했다.

수사 결과, 이번 사건은 경쟁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거나 이직을 위해 기밀을 빼돌렸던 이전 사건들과 달리, 자문 중개 업체를 통해 영업 비밀을 건네고 자문료를 지급받는 방식의 새로운 수법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자문을 하기로 한 전문가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문을 거부하면 자문료 인상을 제의하며 성사시키려 하는 등 실질적인 통제 장치가 없었다고도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해당 중개업체는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홍보했지만 사실상 영업 비밀 유출의 통로로 이용됐다”며 “다른 중개업체도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통제 장치 없이 자문 중개 가능성이 높아 유사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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