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디엔뉴스=조창용 기자] 상반기 내내 수렁에 빠졌던 제조업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저점을 지나 반등을 시작했다는 신호다.

KDI는 7일 '경제동향 8월호'에서 "서비스업 생산이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한 가운데 제조업생산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지난달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되며 경기 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진단서 한단계 더 나간 것이다.

KDI는 "서비스업 고용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제조업의 생산 감소세가 둔화되고 재고도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6월 전산업 생산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전월(-1.1%)보다 높아진 것이다. 특히 광공업 생산이 5월 -7.6%에서 -5.6%로 감소폭이 축소된 가운데, 반도체(-18.7%→15.9%)와 전자부품(-19.9%→-12.2%), 화학제품(-16.7%→-10.4%) 등 주요 산업의 부진이 완화됐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9%로 전월(72.8%)과 비슷한 낮은 수준이지만, 재고율이 122.7%에서 111.4%로 대폭 하락했다. 제조업 출하가 전월 대비 3.3% 증가하고, 재고가 6.2% 감소한 덕분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반도체 생산은 4월 -21.6%에서 5월 -18.7%, 6월 -15.9%로 감소 폭이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감산 정책을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개선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출하는 5월 -20.5%에서 6월 15.6%로 플러스 전환 했고, 반도체 재고는 5월 80.7%에서 6월 49.1%로 대폭 줄었다.

수출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지속된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 7월 수출은 전월(-6.0%)보다 낮은 -16.5% 증가율을 기록했다. 조업일수 변동과 자동차·선박에서의 기저효과를 빼고 보면 전월과 비슷한 감소 폭(-18.8%→-17.1%)이라는 설명이다. 반도체 수출 물량도 4월 -1.3%, 5월 8.1%, 6월 21.6%로 상당히 늘었다. 수입은 주요 에너지자원의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전월(-11.7%)보다 낮은 -25.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KDI는 소비시장에 대해 "소비자심리지수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승용차 소매판매가 크게 증가하는 등 소비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상품 소비를 반영하는 소매판매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지난 6월 전년 대비 1.4% 상승했다. 앞서 전월에는 -0.6%를 기록했던 것에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1.9%)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3.5%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감소폭이 일시적으로 축소됐지만, 선행지표가 부진해 여전히 투자 수요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0.6%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전월(-4.5%)보다 감소 폭이 축소됐다. 이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인해 자동차(-3.0%→19.9%)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한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8월 한국은행의 설비투자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90으로 전월과 동일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건설투자도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42.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전망이 밝지 않다.

노동시장은 서비스업의 높은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진 가운데, 제조업의 고용 부진도 완화되면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6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3만3600명 증가했다. 물가는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전월(2.7%)보다 낮은 2.3%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망이 개선됐지만, 원자재 상승과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 등 경기 하방 위험이 여전히 높다는 진단이다.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물가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추가적인 인상 기대가 약화되고, 경기 침체 우려도 완화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중국 경제의 회복이 늦어지고 있고,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어 향후 수출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중국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3%를 기록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0.8%에 그쳤다. 6월 수출도 12.4%나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 약화와 공급 부족 우려, 중국의 경기 부양책 등이 반영되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기대된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음에도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리오프닝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하방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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