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교수
김동수 교수

  최근 며칠 동안 쏟아진 극한 폭우로 지하차도 침수사고와 산사태 등이 발생해 전국에서 사망·실종자가 50명에 육박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지하차도에서 운행하던 차량 15대가 물에 잠겨 17일 오전 현재 13명의 사망으로 애처럽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산사태와 급류 피해가 가장 심했던 경북 예천군에서도 10여 명이 사망·실종됐다. 수천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국지성 집중호우 등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고 재난 당국이 대응체계를 가동했는데도 피해 규모가 컸다. 사흘간 많게는 500㎜ 넘는 비가 내렸지만, 철저히 대비하고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재해를 막거나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사고가 난 오송 지하차도는 지난해 정부가 ‘홍수 취약 하천’으로 지정했던 미호강 제방과 200m 거리여서 침수 위험이 높은 곳이다.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자 미호강에는 지난 15일 오전 4시10분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하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오전 8시40분 인근 제방이 무너졌고, 하천에서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물이 쏟아졌다. 길이 430m의 지하차도는 2∼3분 만에 6만t 정도의 흙탕물이 들어찼고, 차량에 탄 일부 운전자들이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문제는 금강홍수통제소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교통 통제나 주민 대피 등 관련 매뉴얼에 따라 조치해 달라”고 연락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홍수경보 후 4시간 30분이 지나도록 하천변 지하차도의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건 납득할 수 없다. 도로 통제 책임이 있는 충북도는 “인근 하천 제방이 범람하면서 짧은 시간에 물이 쏟아져 들어와 통제할 겨를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변명 자체가 궁색스럽다. “미호강 제방 관리도 부실했다”는 주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가 문제다. 기상청은 18일까지 충청권, 전북, 경북 북부 내륙 지역에 최대 300㎜ 이상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전국에 산사태 위기 경보 ‘심각’ 단계도 발령 중이다.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철저하고 신속한 대비와 대응으로 추가 호우 피해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 이젠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호우 등 천재지변도 갈수록 극단적인 상황으로 나타나면서 인위적인 사전 대책 또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비 태세로, 재난안전 매뉴얼의 적극적 이행을 통해 어이없는 참사를 막아내야 한다. 국민들도 경각심은 물론 경계를 늦추지 말고 스스로 안전관리에 대비해야 한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