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디엔뉴스】김서연 기자 = 천연잔디는 관리가 어렵고 비싸다는 인식으로 인해 한때 천연잔디에 대한 대안으로 인조 잔디가 거론되던 때가 있었다. 실제 학교 운동장만 보더라도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국 초·중등학교 약 1만2000여 개 중 천연잔디 운동장 7%, 인조 잔디 운동장 16%, 맨땅 운동장은 67%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인조 잔디 운동장이 천연잔디 운동장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열섬현상, 환경적 문제가 거론되면서 부정적 의견 또한 높은 이 시점에 학교 운동장, 공원 등이라도 천연잔디를 심어 생활권 녹지 조성을 확대하여 시민들에게 깨끗한 산소를 돌려주면 어떨까 한다.

사진 / K-CRASS
사진 / K-CRASS

우리나라의 경우 잔디 종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입 잔디는 한지형 잔디로 우리 기후에 맞지 않고 병충해에도 약해 관리하기 까다롭다. 실제로 골프장 등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캔터키” 종은 고온에 취약하고 지속적으로 많은 수분을 공급해주어야 해 과다한 운영비가 요구되는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 교체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골프장도 상당수이다.

사진 / K-GRASS 임원진
사진 / K-GRASS 임원진

이에 우리의 기후와 여건에 맞으면서도 관리가 용이하고 비용이 절감되는 토종 천연잔디가 다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후 위기로 고온다습해진 환경에 대응해 답압력이 우수하고 뿌리가 깊어서 차별화된 안정성을 갖춘 ‘K-grass’가 주목받고 있다.

A) “잔디는 공기 정화작용을 합니다. 또 온도를 낮추는 역할과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방음 효과도 있고 잔디 피복이 충격을 완화하여 부상을 방지하기도 합니다. 또 왕성한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분해하여 양질의 산소를 공급해 주는 순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천연잔디입니다.”

전라남도 함평에서 십여 년을 천연잔디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주)원그린의 최현서 대표의 말이다. ‘K-grass’는 토종 천연잔디를 바탕으로 다년간의 연구개발로 얻어진 품종으로 기존의 서양 잔디에 버금가는 특성을 가진 잔디라 평가받는다.

‘K-grass’만의 차별성은 그 뿌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30~50센티미터 가량의 길이로 뿌리를 강하게 키워내면 더위와 습기에 강하고 밀도가 높은 성질을 갖게 되어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해 혹서기에는 더위를 식혀가며 한여름을 버틸 수가 있고 수질 또한 개선시키며 물 사용량을 50%이상 감소시키는 등의 효과를 증명했다. 실제로 잔디의 뿌리가 깊고 길면 지반에 안착해서 토사유출과 지반 붕괴를 막고 낙석이나 방재 등에도 기여 할 수 있다.

또 길이는 3센티미터 정도로 자라며 엽폭이 2mm정도로 부드럽고 내건성(작물이 건조에 견디는 성질)이 강하여 많은 관리가 필요치 않은 것도 ‘K-grass’만의 특징이다. 이런 결과치를 얻기 위해 최 대표는 우성 교배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연구했다. 한번 실험할 때마다 1년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지난한 연구 기간을 거쳤지만 그 어떤 지원이나 경제적 보조없이 오롯이 사비로만 연구비를 충당해온 그다.

그리고 ‘K-grass’는 병충해에 강하다. 아니 병충해에 걸린 적이 없다고 한다. 병충해를 주입도 해보고 병충해를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농약의 빈도수에 따른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하면서 농약의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여도 잔디를 관리하는 데에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 그가 개발해낸 ‘K-grass’의 자랑이다. 그렇기에 다량의 농약 검출로 환경문제의 원상이 되었던 골프장에서는 가장 요긴하고 필요한 것이 아마 ‘K-grass’일 것이고 실제로 골프장 쪽에서도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탄소중립’이 국가 환경정책의 핵심기조가 된 요즈음은 산소를 배출해내는 잔디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독일의 경우 아파트 옥상에서도 잔디를 키워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있는 정도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피식물을 활용한 옥상 녹화를 통해 평방미터 당 연간 3.7kwh의 건물 에너지를 절감하고 1.8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면 5~6년 뒤부터는 탄소배출원에서 흡수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한 결과가 있다. 이 흐름에 발맞춰 최 대표는 답압력이 센 ‘K-grass’만의 장점을 살려 주차장에 까는 잔디 블럭을 50:50의 비율로 만들기도 했다.

‘K-grass’는 가성비 또한 탁월하다. 실제로 인조 잔디는 평방미터당 약 20 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면 최 대표가 개발한 신품종 천연잔디인 ‘K-grass’는 평방미터당 약 3만 원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약 7배 차이다. 그리고 인조 잔디의 유지비용은 운동장의 경우 평균적으로 년간 800~1000만원(충진재 보충/ 브러싱)이 들어가는 반면 천연잔디의 유지비용은 같은 면적당 연간 약 600만원 선으로 저렴하다. 거기다가 천연잔디는 해가 지날수록 뿌리가 토지에 안착해서 토질에 맞게 안정화가 되니 유지비용이 더 저렴해진다고 한다.

특히 ‘K-grass’는 웃자람이 적어 잔디 깍기 횟수를 줄일 수 있어 관리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을 갖춰놨다. 게다가 식물 최초로 2년간 무상으로 A/S를 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K-grass’를 공급한다고 한다. 그만큼 잔디 품질에 자신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한국 천연잔디산업의 현주소

한국잔디학회에 따르면 전 세계 잔디 산업의 시장 규모는 8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 미국이 30조 원으로 가장 큰 시장이고 우리나라는 1조 3천억 원 규모다. 자체 개발한 토종 신품종 천연잔디의 품질력으로 전 세계 시장을 노려볼만 하다.

그런데 한국 잔디는 아직 국제적인 학명이 아직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일본에 건너간 잔디 종자는 우리나라 종인데 국제적으로는 우리 잔디를 ‘조이시아 자포니카’라는 일본이 정한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또 잔디에 관한 명확한 관할기관이 없다는 것도 우리나라 잔디 산업 활성화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재 잔디 관련해서 산림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여하고 있지만 두 정부기관 사이의 소위 ‘핑퐁’식 행정 처리로 인한 업계의 볼멘소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천연잔디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함에 있어 불합리성은 또 존재한다.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추가 경정 심의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서울시의회 서준오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노후 인조 잔디 교체에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낸 바 있었다.

서의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인조 잔디 운동장 조성학교 총 242곳 중에서 90곳(37%)이 내용 연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의원은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에 근거하여 3년마다 유해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실시한 유해성 검사결과 중금속등 유해 물질이 모두 기준치를 초과하였다며 빠른 시일 안에 교체작업을 진행하자고 서울시교육청을 압박하여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으로부터 “기준이 고시되면 기존에 설치됐던 인조잔디와 운동부가 있는 학교는 진행할 예정”이라는 답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감찰일보 4.14일자 보도참조)

그러나 그전에 인조 잔디가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는 해결책일까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탄소배출을 어떻게라도 줄여보자는 이 시점에 석유화학재로 생산되며 또한 폐기할 때 이중적으로 탄소를 발생시키는 인조 잔디가 실질적 평가기준이 부합한지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에 안전하다는 이유로 장려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성인지를 한번 더 고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천연잔디가 주는 유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실시한 폭염경보시 지표면 온도 변화에 관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천연잔디로 덮인 지표면 평균온도는 인조 잔디와 우레탄, 아스팔트, 맨땅 등의 절반 수준으로 현저히 낮아졌으며 대기 온도도 2℃ 이상 내려갔다. 이처럼 천연잔디는 유해성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자연 그 자체로 기후 위기 및 다양한 환경오염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시대적으로 넷제로, RE100, ESG경영을 논하는 시기에 폴리에틸렌 제품으로 인한 폐해를 친환경적인 것이 아니라 완전 자연적인 것에서 찾자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그런 이유다. 갈수록 콘크리트로 뒤덮여 흙을 볼 수 없는 이 시대에 학교만이라도 또 공원에서 만이라도 석유화학 제품들의 사용량을 줄여서 그 제품들을 만들고 폐기하는 데서 나오는 탄소배출로부터 우리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오염에 대한 대체 자원들이 자연 친화적인 것을 넘어서서 완전한 자연 그 자체의 것이 되어 우리 시민들이 녹지공간을 더 즐길 수 있고 우리 아이들이 편안하게 뛰어놀며 깨끗하고 안전한 자연 속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는 그날이 천연잔디로 인해 앞당겨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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