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년 한국유품관리협회장
김두년 한국유품관리협회장

  지난 2023년 2월 27일 중요한 민생법안 하나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같은 날 모든 언론의 눈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쏠려 있어, 비록 언론의 주목은 받지 못하였지만 국회본회의는 중요한 민생법안 하나를 탄생 시켰다.

바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다. 이 개정 법률의 개정이유는 현행법에서 무연고 시신에 대하여 일정 기간 매장하거나 화장하여 봉안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어, 고인의 존엄성을 지키는데 어려움이 있어, 공영장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고인이 사망하기 전에 지정한 사람이나 생전에 함께 하던 지인들이 희망할 경우에는 장례를 주관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개정 법률의 주요내용을 보면, 시장 등으로 하여금 무연고 시신에 대하여 장례의식을 수행하도록 하고, 무연고 사망자가 사망하기 전에 장기적·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 또는 종교활동 및 사회적 연대활동 등을 함께 한 사람, 사망한 사람이 사망하기 전에 본인이 서명한 문서 또는 「민법」의 유언에 관한 규정에 따른 유언의 방식으로 지정한 사람이 희망하는 경우에는 장례의식을 주관하게 할 수 있게 한 점이다(법 제12조 제2항).

현재의 공영장례는 장례절차를 사회단체 등에 위임한 결과 실질적으로는 사망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잘 모르는 사회단체가 임의적으로 관련 인력을 조달하여 장례를 주관해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알바 인력을 동원하는 등의 사례로 인해 형식적으로는 사자의 존엄을 지켜주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자의 존엄과는 상관없는 장례가 진행되는 측면이 많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자신의 장례에 나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상주노릇을 하는 것을 과연 사자가 원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사망한 사람이 사망하기 전에 본인이 서명한 문서로 지정한 사람이 장례를 희망하는 경우 장례의식을 주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같은 법 제12조 제2항). 지금까지는 민법 규정에 따라서 유언의 방식으로 유언집행자를 지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법상 유언은 엄격한 형식주의로 가정법원의 검인절차가 없으면 효력이 없기 때문에 무자력에 가까운 무연고자나 고독사 해당자가 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 하였다.

이번 개정법을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큰 기대를 걸면서도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무연고자 사망 후에 남겨진 동산유품(유류품)의 처리에 대한 특례가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상속인 없는 재산의 처리를 따르자면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무연고자가 자신의 재산을 정리하려면 생전에 후견인을 선임해두거나 사후에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에 의해 상속재산관리인(주로 변호사)을 선임해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지금까지 수많은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이러한 절차를 이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무연고 내지 고독사 대상자들이 대부분 기초생활 수급자이거나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등 생활력이 없는 사람들인데 결국은 이들에게 주택을 임대해준 영세임대사업자가 피해를 본다.

사람이 사망하면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기도 어렵고 기존의 임차인들도 계약연장을 안한다. 임대인이 자기 비용으로 사후처리를 하고자 하여도 상속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자의 유류품에 손도 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미 사회복지시설 내 무연고 사망자의 상속인의 존부가 분명하지 아니한 500만 원 이하의 재산에 관하여는 간이한 절차로 처리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업법 등 5개 법률을 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 입법례를 참고하여 국회와 정부는 상속인 없는 무연고자의 유류금품 처리를 간소화 해주기를 민생차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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