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년 박사
김두년 한국유품관리협회장

  '부모님 집 정리'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부모님 집'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부모님 집 정리' 문제는 대가족제도가 핵 가족화되면서 생겨난 문제이다.

부모님 집에 들어가서 함께 살아줄 자녀가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산업화에 따라 인구가 도시로 몰리면서 부모님 부부만 남아서 집을 지킨다. 자녀들이 일 년에 고작 몇 번 만나는 사이에 부모의 집에는 점점 물건이 쌓여만 간다.

물건을 사기만 하고 버리지는 않으니 부모님 집에 쌓여 있는 물건들은 부모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배우자 중 한 분 이 먼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부모님은 자녀 집으로 들어가거나 요양원 등의 시설로 들어가게 된다. 그 뒤에는 엄청난 물건들과 주택이 남게 된다. 장년이 된 자식 세대가 결국 그 짐을 떠맡게 된다.

'부모님의 집 정리'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문제이며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물건으로 가득한 집은 물건에 부딪히고 걸려서 넘어지는 골절사고를 불러온다. 부모의 건강을 위해서 노후를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서도 ‘부모님의 집 정리'는 꼭 필요하다.

대개는 80~100대 부 모님의 집 정리를 60~70대 자녀들이 떠맡게 되는데, 꽉꽉 들어찬 물건들에 경악하고 부모님의 유품을 함부로 버릴 수 없어 난감해한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도 '부모님 집 정리하기'가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 '부모님의 집 정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약 10년 전부터이다. TV와 잡지에서 '부모님의 집 정리'를 다루었고, 문화센터에서도 '부모님 집 정리' 강좌가 개설되었다.

일본의 아마존에서는 ‘부모님의 집 정리’에 관한 책이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의 집 정리’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부모님 집 정리하기’로 고민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은 것 같다.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부모님 집 정리하기” 책들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부모님 집 정리하기” 책들

노인이 되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건강하던 사람도 기력이 떨어지고, 무거운 물건을 마음대로 옮길 수도 없다. 부모님과 함께 집 정리를 시도해 봤는데 버리고 나면 다시 주워 들이는 부모님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포기한 사람도 있다.

미리 미리 생전정리를 잘해서 최소한의 물건만 남기고 가신 시어머님의 지혜에 감탄하는 며느리도 있다. 부모님은 깔끔하게 정리된 집을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없어진 물건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노인들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새 옷이 있어도 아까워서 입지 못한다. 살아온 세월만큼 물건들이 쌓이지만,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물건은 쌓이기만 한다. 전쟁과 가난을 겪은 세대는 버리는 것을 죄악으로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아무리 치우라고 해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버리기 싫어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노화로 판단력이 떨어지면 물건 관리도 예전과 같지 못하다. 정리하고 싶어도 물건을 들고 옮기기 어렵다. 그 상태에서 말로만 정리하라고 하면 잔소리가 된다. 부모님 스스로 집을 정리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자녀들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며칠 있으면 설날이다. 설날은 우리 고유의 명절로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설 명절을 맞이하여 그동안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모님 집 정리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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