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교수
전성군 교수

  나주 이슬촌마을은 성탄축제 마을이다. 이슬촌마을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체험객들이 모여 양초를 만든다. 양초는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힌다. 비록 자신이 밝힐 수 있는 둘레는 작지만, 그 불빛의 온기는 어떤 불빛보다 더 환하게 마음을 밝혀준다. 양초를 다 만들고는 모두 함께 작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소원을 빌며 양초를 태운다. 이슬촌마을의 밤은 이렇게 깊어간다.

나주 이슬촌 계량마을은 마을 뒤를 병풍처럼 산이 둘러싸고 앞으로는 논이 펼쳐진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의 입지뿐만 아니라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아도 특별한 시설 하나 없는 평범한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마을이 자랑하는 곳이 있다. 바로 노안천주교회이다.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성당으로써 예전에는 학교도 운영하고 신자도 많고 북적이는 그런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신부님 혼자 계시면서 일요일에 미사를 드린다고 하니, 농촌마을의 현실이 느껴진다. 공부하러, 일하러 마을을 떠났던 우리들이 이제야 다시 농촌을 찾는다. 농촌 생활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그 느낌을 물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이슬촌마을은 관광지의 느낌이 배제된 전형적인 농촌마을이기에, 그런 점에서 치유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치유체험마을이기도 하다. 이슬촌은 마을에 유난히 이슬이 많이 맺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른 새벽 병풍산을 넘어오는 차가운 산바람이 마을의 따뜻한 온기와 만나서 송글송글 이슬이 맺히는 걸까? 이슬이 우리의 아침 감성을 맑게 한다면, 저녁시간 양초의 불빛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함께 모여 자기가 좋아하는 색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향으로 양초를 만들어 불을 밝힌다. 자신을 태우며 어둠을 밝히는 초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직은 치유프로그램 운영에 미숙한 부분이 많은게 농촌마을들의 현실이지만, 마을마다 가진 하나하나의 개성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이슬촌마을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무엇인지 딱히 말 할 수는 없지만 도시에서 잃어버리고 살던 그런 마음속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준다.

이슬촌마을에 도착했다면 먼저 짐을 풀고 마을을 둘러보게 되는데, 특히 아이들이 신기해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마을 가장 안쪽에 있는 공동우물인데 두레박을 드리워 우물물 길어보는 치유체험도 해 볼 수 있다.

둘째로 직접 만드는 나뭇잎 책갈피이다. 코팅지를 이용해서 책갈피를 만드는 치유체험이다. 이 치유체험이 특별한 것은 자신이 직접 채집한 나뭇잎이나 꽃잎을 가지고 만든다는데 있다. 내방객들이 함께 모여서 마을안내자와 함께 주변 산으로 올라가 꽃에 관한 이야기, 나무에 관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자기가 맘에 드는 것 한 두 개만 따서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채집한 나뭇잎이나 꽃잎을 예쁘게 종이에 꾸며 붙여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든다. 그러고 나서 코팅지에 넣어 코팅 한 후, 모양을 내서 오리면 직접 만든 자신만의 책갈피가 완성된다.

셋째로, 우리 가족 행복 양초 만들기다. 이슬촌마을에서 사계절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치유체험이 양초 만들기이다. 양초 만들기의 모티브는 성당에서 가지고 왔다고 한다. 성당에서 늘 필요한 것들 중에 하나가 양초인데 거기서 고안하여 치유체험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파라핀을 녹여 양초를 만드는데 자연염료를 넣어 색깔도 내고 향기도 내게 된다. 만들기로만 끝내면 여느 치유체험장에서나 할 수 있는 흔한 치유체험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양초를 모두 만든 후에는 내방객들이 모여서 마을 한 켠에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또 양초도 함께 피우며 행복을 비는 시간을 가진다.

넷째로, 이슬 내린 아침에, 이슬촌 산책이다. 뒤로 병풍처럼 산을 높게 두르고 앞으로 논을 펼치고 있는 이슬촌마을은 지형적 영향인지 유난히 많은 이슬이 맺힌다고 한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풀잎마다 맺혀서 달랑이고 있는 이슬을 밟으며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마을 포장도로를 벗어나 논두렁 밭두렁 걸으면서 이슬에 젖어보자. 걷다가 잠시 쪼그려 앉아 풀잎을 기울이면 이슬이 도로롱 흘러간다. 그리고는 풀잎 끝에 혀를 대고 살짝 떨어 트려 본다. 아침이슬에 옷만 젖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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