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지난 10월 초 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3박4일 간 남해안 둘레길을 걸었다. 경남 함안군 악양 최참판댁, 박경리 문학관, 동정호, 송림공원, 이순신 순국공원 등을 답사했다. 또 하동 케이블카를 타고 금오산 정상에 올라 신(神)들의 정원으로 불리는 한려수도를 감상했다.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 남파랑길 트레킹이었다. 그렇게 멋진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 날 밤 잠자리에 누웠는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마치 몸살감기 걸린 것처럼 몸이 무거워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그래도 친구들에게는 별 내색 하지 않은 채 귀경길에 올랐다.

집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은 게 코로나 자가진단키트였다. 설명서에 따라 차근차근 검사 순서를 밟아갔다. 우려했던 대로 두 줄이 나오는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길로 동네 이비인후과에 들렀다.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의사의 진단이 나왔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제까지 잘 버텼는데 드디어 올 게 온 것이다. 그 때부터 1주일 자가 격리 처방을 받았다. 병원에서 보건소로 통지를 할 테니 앞으로 보건소 지시에 따르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1주일 간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했다.

함께 여행했던 친구들한테 즉시 감염 사실을 알렸다. 이상한 것은 그들 모두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우리 일행은 사나흘 동안 친구 집에서 대부분의 식사를 해먹고 지냈다. 내가 걸렸으니 그 중 최소 한두 명은 걸려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모두 괜찮았다. 그러면 과연 나는 어떤 경로로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말인가. 실내에서는 늘 마스크를 썼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고 건강관리는 물론 위생관리도 철저하게 한 편이었다. 요즘 코로나 감염은 그야말로 복불복인 셈이다.

이러한 사실은 코로나19 공식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올 10월 말 현재 우리나라 누적 코로나 감염인구는 2500만 명을 넘어섰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된 것이다. 성별로는 남성 46.7%, 여성 53.3%로 여성이 더 많이 걸렸다. 여성이 덜 활동적이고 더 위생적이라 남성보다 적을 거라는 내 어림짐작과는 판이한 결과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15.3%로 가장 많았고, 70대 이상이 8.4%로 가장 적었다. 그 외 연령대는 10%~14%대로 비슷했다. 40대가 다수인 것은 사회 활동이 많고, 어린 아이들로부터 감염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가 격리에 들어간 지 이틀 째 되는 날까지는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그러나 3일째부터는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매일 새벽 하던 한강공원 산책은 언감생심이다.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모든 생명체가 부러웠다. 평소 공기나 물의 귀함을 깨닫지 못하고 지내듯 우리는 일상에서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모른 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지 그것을 빼앗겼을 때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게 우리 인간이다.

3일째 되던 날, 내 거주지 관할 구청으로부터 ‘회복기원 꾸러미’를 받았다. 손 소독제 등 방역용품과 햇반, 라면, 소고기죽, 과자 등 식료품으로 구성돼 있었다. 내용물의 질이 좋은 건 물론 양도 많아 라면박스 정도 되는 크기였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할 때 귀한 선물을 받아선지 기쁨이 더했다. 기간 중 보건소에서 가끔 재택 치료를 잘 하고 있는지 감시(?) 전화 또는 문자가 오는 것마저 반가웠다.

이번 코로나 감염으로 새삼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실감했다. 나는 새벽 운동을 식사하는 것과 같이 일상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이렇게 운동을 생활화 하고 있어도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운동은 신체 건강의 가장 중요한 열쇠이자,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지적 활동의 기반이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생각에 공감한다. 나는 아직도 감염 후유증으로 가끔 기침을 한다. 코로나19, 아직 방심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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