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교수
전성군 교수

  사람에게는 누구나 뉴턴의‘관성의 법칙’과 비슷한 ‘타성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이는 늘 하던 방식을 답습하고 큰 자극 없이는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을 말한다. 그 중 하나가 잘못된 식생활습관이다. 특히 식습관은 생활 속에 스며들어 무의식적으로 자동화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고, 만사가 귀찮다. 이런 때는 산과 바다에서 나오는 온갖 재료로 만든 진기한 음식이 어우러져 있는 산해진미를 찾아 떠나보는 게 좋은 방법이다.

강릉 해살이마을은 치유관광지로 유명한 강릉에 자리하고 있다. 오지 말라 하여도 한 해에 2천 만 명이 들른다는 동해안에는 좋은 해수욕장 관광지들이 많이 있다. 주변의 유명 관광지들에 둘러싸여 빛이 가릴 만도 한데 해살이마을은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빛을 내고 있다. 계절별로 다양한 모습을 경험 할 수 있는 마을 환경, 옛 전통을 이어가는 깊이 있는 체험거리, 넘칠지언정 모자라지 않는 농촌의 넉넉한 인심을 가지고 강릉으로 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마을로 살짝 돌리게 만든다.

해살이마을은 마을에 머무르면서 산, 계곡, 바다를 한 번에 치유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산에 들어가 한나절 트레킹 할 수 있고, 계곡에 들어가 한나절 물장구 칠 수 있고, 바다로 옮겨가 한나절 파도에 몸을 맡길 수 있는 그 자체의 환경만으로도 신나는 치유마을이다. 게다가 마을에서는 시기별로 다양한 테마로 치유체험을 운영하고 있어, 치유체험과 놀이, 강릉 치유탐방을 한번에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마을이다.

특히, 강릉은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지정된 강릉단오제가 열리는데, 강릉의 여러 마을들 중에서도 해살이마을은 단오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창포와 관련된 다양한 치유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창포는 햇볕만 있으면 잘 자라는데 오염, 특히 농약에는 약한 모습이 청정 자연과 생명을 상징하는 식물이라고들 말한다. 그런 창포의 또 다른 이름인, 해답이, 해살이 풀의 이름을 따서 마을 이름도 해살이마을이라 붙였다.

생명 가까운 곳에 가야 치유를 받을 수 있다. 그곳이 바로 해살이 마을이다. 관광지의 분주함과 화려함속에다 우리를 소비하면 스스로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해살이마을에서의 치유체험은 우리의 몸을 깨끗이 하고, 우리 마음에 생명력을 채워준다.

봄이면 마을 뒤편 산으로 봄나들이를 떠난다. 마을 주위로 1,000m 넘는 봉우리가 몇 개나 있을 정도로 백두대간 기슭에 자리한 마을의 산세가 수려하다. 하지만 꼭대기에 오르는 것은 아니고 봄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산책이라고 하면 어울릴 것 같다. 트레킹을 하며 지천으로 널린 봄나물을 뜯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여름에는 마을이 자랑하는 용연계곡으로 들어가 물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잡는데 한 번 들어가면 아이나 어른이나 계곡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설악을 품고 있는 속초나 양양과 다르게 계곡하고는 매치가 되지 않던 강릉땅에 이런 훌륭한 계곡이 있었나 싶다.

가을이면 계곡 사이로 곱게 물드는 단풍을 따라 치유트레킹을 하고, 겨울에는 논바닥에서 얼음썰매를 타고 설피를 신고 눈 위를 걷는 치유체험도 한다.

자연 속에서는 특별한 놀이기구가 없어도 신난다. 특히, 농촌마을에 처음 온 도시의 아이들을 보면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함께 온 선생님이나 부모님 옆에 붙어서 서성이다가 잠시만 지나면 어느새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연이 온통 놀거리이자 서로의 생명을 교감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느끼며 마음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다시 각박한 도시로 데려가야 한다는 것이 미안하다.

해살이마을에는 별미를 자랑하는 음식이 있으니 마을 특산품인 엄나무를 이용해서 만드는 엄나무백숙이다. 토종닭을 깨끗이 손질하여 그 안에 인삼, 대추, 녹각, 마늘을 넣는다. 이것 만 가지고는 보통 백숙과 다를바 없으나 여러 재료를 넣은 토종닭을 끓여내는 물이 다르다. 마을의 특산물인 엄나무와 황기를 넣어 2시간 정도 푹 끓여낸 물에 토종닭과 각종 재료를 넣고 다시 끓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숙을 깍두기와 물김치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엄나무와 황기 덕분에 맛이 개운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여름철에 모든 체험을 마치고 엄나무백숙을 한 그릇 먹는다면 농촌마을 치유체험으로 흘린 땀의 열배를 보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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