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BTS 병역특례를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얼마 전 국회 국방위에서 한 야당의원이 BTS 군복무 여부에 대해 다그치자 국방부장관은 여론조사를 조속하게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론이 들끓자 국방부는 하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어떻게 여론조사를 통해 BTS 군 입대 문제를 결정할 생각을 할 수 있나. 그러면 모든 국정 중요 사안을 여론조사로 결정할 건가. 무엇하러 엄청난 예산과 시간을 들여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했는가. 정책 결정과정에 있는 공무원은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결정하라고 혈세로 그들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닌가.

  이와 관련 최근 두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리얼미터’에서는 ‘BTS 대체복무 전환’에 67.5%가 동의해 찬성이 많았다. 이 조사에서 20대는 56.4%가 반대했다. 또 ‘조원씨앤아이’에서는 ‘병역의무를 다해야 한다’가 54.1%, ‘병역특례 혜택을 줘야한다’가 40.1%로 반대가 많았다. 20대의 73.2%, 30대의 60.4%가 반대했다. 이 결과가 시사 하는 바는 두 가지다. 여론조사는 설문내용과 방법에 따라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과 20대, 30대 젊은 층의 반대가 특히 심하다는 점이다.

  나는 1970년대 중반 육군 사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 대학 3학년 마치고 입대했기에 동기는 물론 선임병 조차 나보다 두세 살 어렸다. 군은 입대 순이기에 동생 같은 선임으로부터 집합도, 구타도 많이 당했다. 얼마나 트라우마가 심했으면 군 제대하고도 한동안 그 꿈을 종종 꾸곤 했다. 특별히 잘못해 맞은 게 아니었다. 소위 ‘군기’를 잡는다는 게 유일한 명분이었다. 그때는 의례 그런 줄 알았다. ‘동생’한테 맞은 괴로운 심경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졸병 시절에는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악몽이고 지옥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도 고참병이 되었고, 구타야말로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고 생각해 후배들을 괴롭히지 않고 군문을 나섰다.

  이렇게 인간 이하로 군 복무를 했지만 나는 지금도 그 경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28개월 동안 군이라는 특수 사회에서 일반 사회에서는 겪을 수 없는 수많은 경험을 했다. 이 모두 그 후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나는 군에 입대하거나 군 복무 중인 젊은이에게 군에 몸담고 있는 동안 군무(軍務)에 충실하라고 충고한다. 군 복무기간을 ‘때운다’, ‘썩는다’라고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말 것을 권한다. 대신 내가 소속한 군부대를 위해 무슨 일을 기여할 것인가를 고민하라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요즘 ‘위아래 없는’ 군 문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군에서 구타 행위는 없어져야 하지만 상명하복(上命下服) 질서는 있어야 한다.

  지금은 모두 전역했지만 얼마 전까지 우리 회사에 공익복무 요원 세 명이 있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부서에 배치 받아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요원이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부서 이동을 요구해왔다. 공익복무 규정에 따르면 그럴 때 가급적 그 소원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들은 회사에 나와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보곤 하면서 회사에 거의 아무 것도 기여하지 않은 채 21개월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인생 선배 입장에서 한심하다는 생각만 했을 뿐 갑질 한다고 할까봐 한 마디 충고도 못한 게 후회스럽다.

  다시 BTS로 돌아가 보자. 결론적으로 나는 BTS도 군 복무를 마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BTS가 아무리 우리 국위를 선양했다고 하지만 위인설법(爲人設法)을 해서는 안 된다. 법이라는 우리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규범을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마음대로 고쳐서는 곤란하다. 저출산으로 병력자원이 부족한 시대를 맞아 오히려 현행 특례사항을 최소화해 병역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병역제도는 우리 사회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이런 사안일수록 이해관계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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