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씨름의 메카. 수원시

SPORTS/수원시씨름협회

 

전통 씨름의 메카, 수원시

 

 

씨름의 재미를 널리 알리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전통 씨름이 옛적의 명성을 잃은 지 오래라는 이야기는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다. 몇몇 구기 종목들이 여전히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반면, 비인기 종목의 엘리트 양성은 그 저변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더군다나 엘리트 체육보다 생활체육이 더 활성화되어가는 최근의 추세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비인기 종목을 관할하는 협회 단체들의 활동도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협회 임원들의 활동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인해 하나도 집약되지 않고 모래알처럼 흩어진다면, 해당 종목의 저변 확대는 갈수록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전통씨름의 메카, 수원시의 명과 암

 

전통적으로 수원시는 씨름의 메카로 불려왔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장사들을 배출했던 수원시는, 최근까지도 전국 규모 대회에서 언제나 태백급 및 금강급 타이틀을 가져오고 있다. 6월에 펼쳐질 전국 단오씨름대회에서도, 2개 체급은 우승을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외의 체급에서도 점차 성적을 내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수원시에는 아마추어 씨름 동호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초중고교 씨름부도 숫자가 매우 적고, 학교별로 전 학년을 통틀어서도 10~15명 규모에 불과한 실정이다. 청소년 연령대의 학령인구가 과거에 비해 급감하면서, 이에 비례하여 운동을 하려는 청소년의 숫자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씨름의 저변 확대가 유소년 선수의 육성에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씨름 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년 초중고교 및 아마추어 씨름대회는 꾸준히 열리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수원시청 씨름팀도 매년 5~10차례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생은 2~3개 대회, 중고등학생은 3~4개 이상의 대회에 출전한다. 하지만 보다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씨름팀에 대한 지원의 무게중심이 기업에서 지자체로 넘어오면서, 지원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더 이상 홍보라는 아웃풋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다 보니, 기업의 관심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수원시 씨름 발전을 위한 교두보

 

이와 같은 수원시 씨름의 침체기를 벗어나고자, 이춘희 수원시 씨름협회장이 발 벗고 나섰다. 스포츠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이 회장은,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아있던 씨름협회장 자리를 2022년 벽두부터 이어받았다.

비인기 종목의 협회장 자리는 쉽지 않은 자리입니다. 하지만 평소 기업을 운영하면서 언젠가는 꼭 사회공헌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마침 들어온 협회장 제안을 두고 고민하다가 수원시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회장의 목표는, 다음 3기를 위해 넘겨줄 수 있는 교두보를 임기 동안 마련하는 것이다. 1기 협회장을 통해 인지도를 충분히 쌓았다면, 2기에서는 기업경영의 마인드를 가지고 구체적인 발돋움을 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수원시 씨름을 널리 알리고 후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있다.

“2기 협회장이 이 정도로 해놓았으니 다음 3기에서도 그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수원시 씨름을 되살릴 새로운 바람

수원시 씨름이 활성화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 회장은 무엇보다 충분한 예산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어느 종목이든 우리나라 스포츠 단체들은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스포츠는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이 아닌, 국민들과 가장 가까워야 합니다.”

현재 수원에는 58개 종목의 체육 단체들이 있다. 지자체의 예산을 58개 종목으로 쪼개서 나누다보니, 씨름부를 운영하는 한 학교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은 거의 지원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수준에 있다. 인기 종목은 아마추어 동호회의 활동도 활발하고 그만큼 후원도 늘어나는 반면에, 씨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프로가 잘 되려면 아마추어의 기반이 튼튼해야 하는 법이다. 이 회장은 그간 협회가 아마추어 씨름 선수들을 위한 동기부여나 보상에 무관심했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왔을 때, 하다못해 플래카드 하나라도 번듯하게 걸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합니다.”

취임 후 불과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참 회장으로서, 이 회장은 수원시 씨름협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어 한다. 우선적으로, 수원시의 씨름 관계자들이 한 데 모여 성과를 공유하고 홍보할 수 있는 자리를 새롭게 만들 계획이다. 모래알이 아닌, 응집된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일들이 시작될 것이다.

 

재미있는 스포츠, 씨름

 

타도시와는 달리 수원시에는 아직 여자부 씨름단이 없습니다. 만들자고 해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올해 예산을 잡아서 내년부터 각종 회장배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아마추어 씨름 활성화의 첫걸음을 내딛을 계획입니다.”

한국의 씨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스포츠 종목이다. 최근에는 씨름과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여러 가지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의 신세대 씨름 선수들은 인격적으로나 체력적으로 그 자체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상품이 되고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다 해도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스모가 누리는 인기와 비교한다면, 아직은 부족합니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씨름이 재미있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는 씨름은, TV에서 시청하는 씨름과는 차원이 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서른 가지가 넘는 온갖 기술과 전략을 보는 맛이 있다. 이러한 씨름의 묘미를 알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회장은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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