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교수
전성군 교수

  대가야의 터전으로 알려진 경북 고령에 한옥이 마을 전체에 보존되고 있다. 옛적 우리네 한마을 이웃사촌 사람살이를 그대로 유지하며 살고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무심코 지나치며 마을 입구에서 잠깐 마을을 쳐다보아도 범상치 않은 이미지를 느끼는 곳이다. 겹겹이 이어진 한옥 기와의 선만 보아도 여기는 뭐하는 마을인지 다시한번 보게 된다. 이제는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한뜻이 되어 그네들의 전통 있는 삶을 체험객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 속에 들어가면 뭔가 따뜻한 우리네 옛 선조들의 정과 사람살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개실마을이라는 이름은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골’ 이라는 뜻이다. 원래 ‘開花室(개화실)’이라고 했는데, 세월이 지나며 개화실의 음이 변해 ‘개애실’이라고 불리다가, 더 줄어져서 ‘개실’이 되었다.

  물론 전국에 한옥이 잘 보존된 마을이 몇 곳 있다. 양동마을, 외암마을, 낙안마을, 하회마을, 성읍마을 등 대부분 민속마을로 지정된 곳들이다. 이에 비해 고령의 개실마을은 이름이 생소하다. 한옥이 보존된 옛 마을이라 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직접 가서 보고는 놀라는 이들이 많다. 정말 기대 이상이다. 여느 민속마을보다 마을의 외형적 모습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옛 모습 그대로이다. 게다가 마을을 깊숙이 체험해보면 전통까지 잘 살아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째서 아직 마을의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고령 개실마을은 선산 김씨의 집성촌 마을이다. 선산 김씨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지 350여 년이 지났다고 하니 ‘전통있는 마을’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선산 김씨는 조선 전기 유명한 학자이자 문신이었던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다. 점필재 선생은 고려말에서 조선초로 이어지는 성리학적 정통을 계승한 분으로 영남 사림파의 종조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내력 깊은 집안의 집성촌이니 그 문화와 전통을 잘 계승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대대로 보존하며 살아온 한옥 고택과 잘 계승해온 전통 문화는 개실마을을 다른 농촌체험마을들과 차별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치유체험 프로그램 또한 마을의 특색을 십분 활용하여 예절체험과 전통민속놀이문화,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 등 우리 고유의 프로그램이 잘 어울린다. 한마디로 치유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마을의 느낌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경상북도 고령은 ‘딸기’라는 과일로 이름이 높은 지역이다. 고령에서도 개실마을이 있는 쌍림면과 고령읍에 특히 많은 딸기 농장들이 몰려있다. 개실마을에서도 10여 농가가 딸기를 재배하여 특산품으로 내놓는데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맛도 최고이고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다. 봄철 개실마을의 딸기 수확체험과 딸기쨈 만들기 등 딸기를 이용한 치유프로그램이 빛을 발하는 이유다.

  아울러 개실마을에 농촌치유여행을 간다면 그 옛날 ‘철의 왕국’을 이루었던 대가야의 흔적을 찾는 문화유적탐방의 기회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고령은 대가야의 중심이었던 곳으로 가야 고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며 대가야박물관과 왕릉전시관 등 가야문화를 살펴보기에 좋은 시설까지 있어 개실마을 치유체험과 더불어 문화유적탐방에도 좋다.

  민속자료로 지정된 200여 년 역사의 점필재 종택을 비롯한 여러 한옥으로 마을 자체를 돌아보기만 해도 좋은 마을에 찾아가서,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는 농촌치유체험을 하고, 그 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가야문화도 탐방할 수 있으니 개실마을 치유여행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오늘도 고령 개실마을은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의 집성촌으로 350년 전통을 이어오며 마을 브랜드 개발과 전통음식, 예절교육, 한옥마을 민박 등 전통문화 체험 등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해서 주민소득 증대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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