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사 서웅 성문 주지스님

 

울산시 특집/ 고경사 서웅 성문 주지스님

 

터널 공사로 인해 붕괴 위험에 처한 고경사. 조속한 해결 촉구

고경사 서웅 성문 주지스님

 

 

 

- 평생 참선에 정진하며 불교를 위해 할 일을 고민하다

- 붓다불교대학 설립하고 매주 가르침 전해

- 인근 터널 조성 과정에서의 발포작업으로 기와 흔들려... 보상 외면하지 말아야

혜안이 깊고 수행력이 크신 스님을 만나게 되면 범접할 수 없는 기품과 고귀함에 절로 숙연해짐을 느낀다. 고경사의 서웅 성문 주지스님 역시 그러한 분이셨다. 평생 참선을 위주로 정진해 오신 수행자의 풍모가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출가한 이후 묘관음사 향곡스님을 시봉할 때에는 해인사 성철 큰스님, 백양사 서웅 큰스님, 불국사 월산 큰스님 등 당대 큰 스님을 두루 친견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받아왔다고 한다. 이에 대형 사찰의 주지로, 더 많은 활동을 해 줄 것을 부탁하는 종교계 부름도 많았다. 묘관음사 주지, 제주 관음사 총무, 재단법인 선학원 상무이사 등 소임을 맡아 보기도 하였으나 항상 정진해야겠다는 열정은 내려놓지 못해서 선학원 상무이사 소임을 내려놓고 선방으로 들어가 20여 년을 정진했다. 불국사, 상계사, 법주사, 대성사 등 여러 사찰(선원)에서 정진하다가 현재 고경사 주지로 부임한 지 5년이 되었다. “어디에 있어도 온 세상의 중앙입니다. 내가 어디 어디로 간들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라고 말씀하시며, 세속적 욕심과는 거리를 두고 오직 불교 발전과 불자를 위해 할 일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의 위기를 말하는 가운데, 성문 주지스님과의 만남은 앞으로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해답이 되어줄 것 같다.

 

 

 

 

선원에서 참선과 수행에 매진

성문 스님은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출가해 계속 선(禪)을 닦고 실수(實修)하며 선원에만 머물렀다. 10년을 선원에서 수행하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연해 하고 있을 무렵 큰 스님께서 사회와 경제를 좀 익히고 오라고 하셨고 이에 대학에 진학해 공부를 이어갔다. 이후로 또 10년간은 선방에만 매진했다. 시끄러운 속세를 떠나 조용히 참선하던 끝에 또 한 번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번에는 ‘사회복지’를 공부했다.

 

평생을 수행에만 정진했을 뿐 종단의 큰 책임이나 직무에 대한 욕심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불교를 비판하는 시각 중에 하나는 누구보다 청렴하고 세속의 욕심에서 자유로워야 할 승려들의 잘못으로부터 기인한 경우가 많다. 스님이 속세의 물질을 탐하고, 자신들끼리 세력다툼을 일삼으며 재물을 탐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끼는 불자들과 시민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경사의 성문 주지스님은 그런 세속적 욕심에서 초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출가할 때의 초발심 잊지 말고 열정 다해야

성문 스님께 불교의 변화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질문을 던졌다. “한국불교조계종은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불교가 지금 전부 선거를 하고 있는데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셨다. 승려가 패거리를 짓고 땅 따먹기 하듯 세력을 확장하는데 매달린다면 희망이 없다는 것. 성문 스님은 “승려들이 출가했던 본분을 한순간도 놓치면 안 될 것이다.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너무 물질이 앞서 가 버리니까 물질의 노예가 되어 버린 형국이다. 정치인들도 그렇고 사상가들도 그렇고 종교인도 그렇다. 발심한 그 마음에서부터 새로운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라고 일러 주셨다.

 

 

 

붓다불교대학 설립해 가르침 전해

원래 고경사는 고리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69년도에 고리원자력본부가 건설 되면서 강제 철거 되었고, 당시 조그마한 무학사라는 암사를 은사스님께서 인수해서 사찰이름을 고경사라 개명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성문스님은 이전부터 고경사와의 인연을 이어오다가, 창건주 스님이 연로해지시면서 하신 부탁을 외면하지 못해 6년 전, 주지로 부임하게 되었다고 한다.

성문스님은 고경사에 부임한 이래로 붓다불교대학을 설립해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불교가 침체되어 가는 현실 가운데 불자들을 위해 할 일을 모색하다가 시작한 일이다. 경전, 옛날 어르신의 이야기, 대화로 구성되는 법회로 누구나 쉽게 편안한 마음으로 와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성문 스님은 “불교 공부는 절대로 어렵지 않다.”고 강조한다. 일반인들은 어렵다고 지레 겁먹기 쉽지만 “불교 공부의 핵심은 ‘의식 전환’이다. 의식이 바뀌면 인식이 바로 고쳐진다. 일념(一念)을 하면 모두 이루어진다.”는 것만 알면 된다고 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자기만이 고귀한 존재가 아니고 사람마다 다 불성을 가지고 있다. 부처가 이 몸 밖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간단한 이 이치만 부딪쳐 깨닫고 하면 만사가 평정될 것이라는 것. 다만 시작할 때에는 그 수가 수십 명에 달할 정도로 많았는데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그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안타까움이 있다. 성문 스님은 “코로나도 종료되어가는 형국인만큼 앞으로는 다시 활발하게 참여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터널 발포 작업 후 기와 흔들려... 보상 약속 지켜져야

성문 스님과 고경사에는 최근 큰 고충거리가 있다. 몇 년 전 인근에 터널 개통을 위해 발파 작업을 했는데 그로 인해 고경사 건물이 붕괴 위험에 놓인 것. 삼성각과 용왕당이 계속적으로 흔들리고, 기와장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많은 신도들이 찾는 공간에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 역시 흔들리고 있어 해결이 시급하다고 했다. 직접 본 고경사의 모습은 심각했다. 기와 여기저기가 떨어져 내려 나무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짧은 시간 지켜보는 가운데에도 흔들림이 이어졌다.

공사 이전에는 관계자가 문제 발생 시 해결을 약속했지만, 막상 공사가 완료되고 나자 관계자들이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청에서는 시공사인 한라건설에게 넘기고, 한라건설에서는 또 이미 시일이 지났기 때문에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성문 스님은 이에 관계자들이 조속히 나서 해결을 위한 타협점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얼마 전 세종청사로 정식 공문을 보냈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니 하루빨리 울산의 주요 사찰인 고경사가 처한 어려움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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