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 젊은이들의 세계적인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임윤찬 피아니스트, 허준이 수학자, 우상혁 높이뛰기 선수 등이 그 주역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들의 수상 소식에 너나 할 것 없이 환호하고 있다. 또 요즘 코로나 등으로 삶이 팍팍한데 이들 덕분에 살 맛 난다고 한다. 우리 국민 모두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청량제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6월 중순 피아니스트 임윤찬(18세)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이 콩쿠르는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리기 위해 창설된 경연대회로, 세계 3대 콩쿠르(쇼팽, 퀸 엘리자베스, 차이콥스키)에 버금가는 것이다. 그는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 피아노 치며 사는 게 꿈”이라고 해 화제가 됐다. 또 귀국 기자간담회에서는 “우승했다고 달라진 건 없어요. 실력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고요. 앞으로도 열심히 연습할 예정입니다.”라고 해 피아노 연주 실력에 못지않은 겸손한 인성을 드러냈다. 그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임윤찬은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 단테의「신곡」을 외울 정도로 읽었다고 한다. 이러한 인문학적 소양이 보태졌기에 그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게 아닌가 싶다.

7월초 멀리 북유럽 핀란드에서는 ‘수학계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 소식이 들렸다. 주인공은 미국 프린스턴대학과 한국 고등과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허준이 교수다. 필즈상은 캐나다 수학자 존 찰스 필즈(1863~1932)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1936년부터 매 4년마다 만 40세 이하 수학자 중 수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2~4명에게 수여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64명만이 이 상을 받았다. 허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서울대 석사과정까지 마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대학원에 가서야 수학에 눈 뜬 늦깎이 수학자다. 1970년 필즈상을 수상한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교수 강의를 수강한 게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 과정 1학년 때인 2010년 오랜 난제로 남아있던 리드 추측을 해결했다. 이런 허 교수를 두고 미국 과학수학전문잡지「퀀타」는 “18살에 테니스에 입문해 20살에 윔블던에서 우승한 격”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사람들이 수학의 가치와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 수학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발전시켜온 놀이문화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 수많은 수학자들이 오직 즐겁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수학은 골치 아프고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관념과는 전혀 상반된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7월 중순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바로 높이뛰기 부문에서 우상혁 선수가 2m35cm를 날아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선수는 이 대회에서 3위(20km 경보)가 최고 성적이었다. 우 선수의 준우승이 더욱 빛나는 것은 피나는 노력으로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했다는 인간승리에 있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전 교통사고로 오른발 성장이 멈춘 ‘짝발’에, 상하체 비율도 같아 매우 불리한 신체조건을 지녔다. 그는 대회 후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금메달을 따 더 역사적인 날을 만들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는 최근 세계육상연맹이 발표한 종목별 랭킹에서 한국육상계 처음으로 높이뛰기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 세 젊은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놀이처럼 즐기면서 한다는 점이다. 그냥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겨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는 법이다. 둘째, 집중력이다. 사람이 어디에 몰입하면 뜻밖의 통찰력이 생기고 능력을 벗어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몰입은 기적을 낳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했다. 제대로 배워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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