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얼마 전 가죽지갑형 휴대폰케이스를 투명고무 재질로 교체했다. 오랫동안 한 가지만 고집했던 이유는 왠지 지갑형이 다른 것보다 휴대폰을 더 안전하게 보호할 거 같은 생각에서였다. 그 날도 지갑형을 사려고 매장에 들렀다가 없기에 할 수 없이 바꾸게 됐다. 뒷면에 신용카드 한 장을 넣을 수 있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케이스만 교체 했는데 마치 휴대폰을 새로 장만한 거 같은 기분이다. 전보다 훨씬 세련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덮개가 없어 사용하기에도 편하다. 왜 이제까지 노티 나는 지갑형을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어떤 한 가지에 집착하는 걸 ‘편견’이라 하나 ‘고정관념’이라 하나 자신이 없어 사전을 뒤져봤다. 고정관념이란 특정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전형적인 특성에 대한 기대나 신념이라고 한다. 흑인은 폭력적이라고 하는 것을 예로 든다. 반면, 편견은 특정대상에 대한 인지적 과정뿐만 아니라 좋다, 싫다와 같은 가치 판단이 포함된 정서적 측면을 동반한다고 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위 예는 고정관념보다는 편견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우리는 각자 수많은 편견에 묻혀 살고 있다. 왜냐하면, 배운 지식, 겪은 체험, 남한테 들은 전언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유한하고 변하기 마련이다. 어디 절대적인 지식이 있는가.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지식의 대부분은 이미 새롭게 바뀌어 있다. 우리가 살면서 부대낀 경험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한 번 머리에 박힌 생각을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 우리 행태에 있는 관성의 법칙이 무섭다.

  이러한 특성은 나이 들수록 더 한 거 같다. 고집이 세지면서 자기주장만 내세운다. 필자가 대학 때부터 활동하던 동호회 모임 단체 카톡방 예를 들어보자. 약 100명이 가입되어 있는 이 단톡방은 제법 활발한 편이다. 이런 데서 금기로 되어 있는 주제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는 정치, 종교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에서 정치 편향적인 메시지를 즐겨 올리는 회원이 있다. 문제는 그 사람이 대선배라는 데 있다. 아무리 주변에서 만류해도 소귀에 경 읽기다. 이제는 모두가 포기하고 그러겠거니 한다. 

  우리 사회 어른이 없다고 한다. 어른은 나이만 먹는다고 절로 되지 않는다. 권한을 누리기보다는 책임과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인품이 훌륭해 주변으로부터 존경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한 때 세븐업(seven up)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시니어들에게 유효한 가르침이다. 깨끗하게 살라는 클린업(clean up), 내 입은 닫고 남의 말을 경청하라는 리슨업(listen up), 모임에 빠지지 말라는 쇼우업(show up), 지갑 잘 열라는 페이업(pay up), 옷을 잘 입고 다니라는 드레스업(dress up), 남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열라는 오픈업(open up), 욕심을 버리라는 기브업(give up) 등 일곱 가지가 그것이다.

  클레어 와인랜드는 태어나면서부터 낭포성 섬유질환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 사람들은 곧잘 인생은 행복하고 건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은 클레어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처럼 온갖 병마에 시달리는 시한부 인생에게 유튜브로 삶의 희망을 전했다. “인생이란 그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라고 있는 것만은 아니에요. 인생은 자신이 뿌듯해 할 수 있는 삶을 살라고 있는 거 에요.” 그녀가 2018년 21살 젊은 나이로 세상을 하직할 때 남긴 말이다.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하루하루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였지만 이 얼마나 당당한 말인가. 사람마다 주어진 여건이 다 다르다. 설사 자기를 둘러싼 환경이 어렵더라도 편견을 떨치고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을 꾸준하게 하자.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한편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 우리 모두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게 살고 있지만 헬렌 켈러의 이 말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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