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며칠 전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한 아동청소년그룹홈을 방문했다. 그룹홈은 가정해체, 아동학대 등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끼리 공동으로 생활하는 아동복지시설로 전국에 약 560개(3000명)가 있다. 한 가정에 남녀 별로 최대 일곱 명, 18세까지 생활할 수 있다. 이번에 필자가 들른 그룹홈은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여학생 가정으로, 초등생 한 명, 중학생 다섯 명, 고등학생 한 명 등 모두 일곱 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룹홈 인근 새마을금고가 지원해 이곳저곳 수리를 막 마친 양옥집이었다. 개소식에서 원장수녀님은 아이들이 앞으로 성장해 하나님을 믿는 종교인, 수입이 있는 납세자, 남을 돕는 후원자 등 세 가지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식 후 원장님의 안내로 기도실, 두 명이 쓰는 침실, 거실, 주방, 식당, 세탁실, 화장실 등 3층으로 된 집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도배, 창호, 조명, 방수 공사 등을 해 주거 및 환경이 크게 개선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동안 이곳에서 퇴소한 아이들 가운데는 간호조무사, 중소기업 직장인, 결혼 해 가정을 일군 주부도 있다 했다. 또 이번에 집을 떠나는 학생은 대학 합격과 취직이 돼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고 했다. 두 학생의 첼로와 바이올린 실내악 연주를 끝으로 행사를 마쳤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한 때 원(原)가정에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었지만, 지금은 수녀님들이 돌봐주시는 새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앞장서 실천한 사회공헌 덕에 더욱 따뜻하고 활기찬 지역사회가 돼가는 모습을 봤다. 이제까지 우리가 사회공헌으로 귀에 익은 용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다. CSR은 기업의 수익모델과는 무관하게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이다. 겨울만 되면 단골로 신문에 실리는 김장 김치나 연탄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일이 한 예다. 그러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으로만 회계 처리 돼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되고 재력이 약한 기업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이 등장했다.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만나는 영역에서 사회공헌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누회사가 손 씻기 캠페인을 벌였던 것은 유명한 사례다. CSV는 CSR에 비해 기업의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나 이게 과연 사회공헌인지, 사회공헌을 내 건 마케팅 기법인지 비판도 따랐다.

그래서 새로이 등장한 게 ESG 경영이다. 여기서 E(environment)는 환경보호, S(social)는 사회공헌, G(governance)는 윤리경영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는 세 기둥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인구(人口)에 부쩍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지만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단지 그간 각기 영역에서 연구와 실천이 있어 왔던 세 분야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은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점차 심해지는 양극화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침체로 ESG는 기업경영의 세계적 흐름이 됐다. 앞으로 ESG를 대체할 사회공헌 개념이 새롭게 나오겠지만 당분간 ESG는 대세가 될 것 같다. ESG 경영은 환경친화적 기업,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을 가능케 한다. 이번 화곡동 그룹홈 리모델링 사업도 새마을금고가 벌이는 ESG 경영의 일환이다. 같은 지역에 있는 열악한 아동복지시설의 개보수를 통해 환경을 개선하는 지역사회공헌이다. 새마을금고 사례에서 보듯 사회공헌은 대기업만 행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널려있다. 자그마한 것이라도 누구든지 나누면 행복해지고, 이것이 모이면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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