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얼마 전 일이었다. 아파트 외부 현관 앞에 이웃 누군가가 고무나무, 호야, 나비란 등 집에서 기르던 화초를 내다 버렸다. 가만히 놔두면 추운 겨울에 그대로 얼어 죽을 게 분명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이들을 들고 와 지금 우리 집에서 다른 화초와 함께 잘 키우고 있다. 이 외에도 아파트 재활용분리수거 날에는 쓸 만한 가전제품, 소형 가구 등이 마구 버려져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고장 나 용도를 다 한 것이지만 어떤 것은 사용 가능한데도 유행이 지났다고 내팽개친 것도 있다. 필자는 가끔 이들 중 우리 집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워와 그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세태는 동물도 예외가 아니다.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89만1천 가구 중 약 15%인 312만9천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이 비율은 조사 주체에 따라 30%까지 오르기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 비례해 유기동물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 8만1천 마리였던 유기동물은 2020년 13만400 마리로 62% 급증했다. 사육두수의 약 4%에 해당한다. 말로만 반려동물이지 사정이 생기면 물건 버리듯 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사례다. 자동차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물품 보관함(콘솔) 뚜껑이 닫히지 않아 정비센터에 갔다. 담당 기사는 잠시 살펴보더니 보관함 전체를 바꿔야한다고 했다. 고장 난 부분만 손보면 될 거 같은데 통째로 교체해야 한다니 황당하다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렸다. 설사 여윳돈이 있다 해도 그렇게는 못하겠고 불편하지만 그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찍찍이’를 활용하면 되겠다 싶어 10만원 들일 것을 1000원에 고쳐 잘 쓰고 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쓰레기도 줄였으니 1석2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국민의 낭비벽이 도를 넘었다. 길에는 고급 외제차가 넘쳐 난다. 이 코로나 시대에도 호텔식당이나 고급음식점은 예약하기 힘들 정도다. 아파트 헌옷수거함에는 멀쩡한 옷이 철 지났다고, 유행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그래도 옷은 재활용이라도 하게 되니 다행이다. 우리도 한국전쟁 이후 1950~60년대에는 미국에서 소위 ‘구제품’을 들여와 잘 입었다. 아무리 좀 잘 살게 되었다 해도 지나친 소비성향은 욕심으로 이어져 화를 부르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너무 궁색하게 살라는 건 아니다. 아낄 때는 아끼고, 쓸 때는 써야 한다. 단지 그 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 매사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필자는 가끔 서울 근교에 있는 스웨덴 글로벌기업 생활용품 매장에 들른다. 각종 제품의 최신 모델과 인테리어를 엿보고 집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사기 위해서다. 워낙 넓어 한 바퀴 도는데 두세 시간이 걸리지만 매번 발품 팔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특히 제품 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우리 것보다 가성비가 높다. 게다가 대부분 내 손으로 조립해야 하는 DIY제품이어선지 물건에 더 애착이 간다. 수년 전 그 회사가 우리나라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국내 가구업체가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양질의 생활용품을 사용하게 돼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 중고물품 시장은 커다란 변혁기를 맞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장터에서 온라인으로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지금도 기성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서울도심 황학동 벼룩시장에 젊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 됐다. 그 자리를 ‘○○마켓’ ‘○○나라’같은 중고 온라인마켓이 대신하고 있다. 세계적인 IT강국인 대한민국이기에 가능했다. 한 번 사용했던 물건을 재사용함으로써 환경보전이라는 글로벌 이슈에도 부응하는 길이다. 이러한 온라인 중고시장을 통해 우리 국민의 검약정신을 재무장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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