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또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나름대로 하고 싶은 꿈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 하려 한다. 하지만 그 계획은 좀처럼 이루지 못하고 작심삼일이 된다. 필자는 벌써 십여 년 전부터 매해 하나를 택해 도전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마음먹었던 것 대부분을 해냈다. 근력운동, 일본어, 금주, 수필집 출간, 탁구, 한자, 스페인어, 하루 1만보 걷기, 고조부·증조부 유고문집 번역·출간, 체중 줄이기 등이다. 이중 몇 가지는 아직도 꾸준하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연말이 가까이 오자 새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모 일간지에서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에서 투수 겸 타자로 뛰고 있는 오타니쇼헤이(大谷翔平) 선수가 실천한 만다라트 인생계획표 기사를 보았다. 만다라트(mandarat)는 1979년 일본의 경영컨설턴트인 마쓰무라야스오(松村寧雄) 클로버경영연구소장이 고안한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기법이다. 만다라트라는 명칭은 인생계획표가 불교화 양식인 ‘만다라’를 닮아서 붙인 것으로, 연꽃 모양과 비슷해 ‘연꽃기법’으로도 불린다. 오타니 선수는 자신의 고교야구 코치로부터 이 방법을 소개 받아 스스로 할 일을 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한다. 의지가 대단한 선수다.

방법은 이렇다. 가로세로 세 칸씩으로 된 아홉 칸 네모 중 정중앙 칸에 최종 핵심목표를 적고, 나머지 8칸에 세부목표를 적는다. 각 세부목표 밑에 여덟 개의 구체적인 실천내용을 적으면 모두 64개 과제가 완성된다. 필자는 이 만다라트 계획표를 보는 순간 무릎을 쳤다. 이제까지 필자가 하던 1년 1개 도전과제가 1차원적이라면, 만다라트는 3차원적인 계획표였다.

필자는 만다라트 계획표를 작성해 보기로 했다. 최종 핵심목표로는 ‘액티브 & 스마트 시니어’(active & smart senior)로 잡았다. 이를 위한 세부목표로 건강, 가족, 일, 경제, 태도, 자기계발, 관계와 취미 등 8개를 설정한 후 그 하위로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적고 있다. 하지만 빈칸 채우는 게 만만치 않다. 앞으로 시간을 갖고 메워나갈 생각이다. 이렇게 계획표를 작성하면서 내 삶의 질은 점차 고도화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목표 설정은 경계해야 한다. 매사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목표가 너무 낮아도 안 된다. 적당한 선을 지키는 중용의 자세가 중요하다. 도덕경에 지지지지(知止止止)라는 말이 있다. 그침을 알아 그칠 데 그친다는 뜻이다. 자기 역량을 깨닫고 분수를 지키라는 말일 게다.

고려대 허지원 교수는 ‘나를 만족시킬 1000개 이야기’를 발견해 보라고 조언 한다. 자기 삶이 지향하는 목표가 몇 개 안 될 때에는 그게 무너지면 인생 전체가 부정된다. 그렇지 않고 만약 1000개 삶의 푯대가 있다면 그 중 한두 개가 실패해도 아직도 많이 남은 나머지로 꿋꿋하게 인생을 버텨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64개 만다라트계획 세우기도 쉽지 않은데 1000개 과제는 엄두가 안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 힘든 세상을 헤쳐 나가는 용기와 지혜를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pew) 리서치센터가 전 세계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행복(material well-being)’을 1위로 꼽았다. 다른 나라는 가족(38%), 직업(25%), 물질적 행보(19%) 순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그러나 삶의 가치를 물질에 둔다면 영원히 행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행복해지려면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사랑할 사람, 해야 할 일 그리고 이루기 바라는 그 무엇이다. 새해에는 회사 업무계획만 세우지 말고, ‘만다라트 계획’이든 ‘1000개 이야기’든 자기 삶의 계획표를 짜보자. 그리고 목표를 물질이 아닌 해야 할 일과 이루기 바라는 보람 있고 의미 있는 그 무엇에 둬보자. 필자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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