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지난여름 거소(居所)를 옮기면서 있었던 일이다. 최근 인기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사용하던 시스템 가구, 에어컨, 비데 등을 처리했다. 이제까지 온라인으로 물건을 들이기만 했지 내 논 적이 없었기에 이는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사이트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가격 협상도 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데였다. 멀쩡한 물건도 치우는데 비용이 드는 세상에 작지만 수입도 생겼다. 또 내 물건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게 아니고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생명을 연장해 갈 수 있게 된 것도 좋았다. 그야말로 1석3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시장은 최근 3년간 매해 이용자 수가 3배 이상 늘어나는 급성장 추세에 있다. 그간에는 젊은 층이 주 고객이었는데 최근 5060 세대까지 이용하고 있는 게 주원인이다. 성공 이유 중 하나는 가까운 동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예부터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웃 간에는 사이가 각별했다. 그러던 게 1970년대 이후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가족제도와 아파트가 주된 주거형태가 되었다. 그러면서 점차 이웃 간 관계가 소원해졌고 어려울 때 서로 돕던 마을공동체 개념도 사라져가고 있다.

필자는 약 9년 전 본란에 “신(新)‘아나바다 운동’, 파크리오 맘”이라는 글을 썼다. 1990년대 말 IMF 구제금융 사태 발생 직후 우리 사회에 있었던 ‘아나바다 운동’을 글감으로 했다. 그 캠페인은 물건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의 앞 글자를 딴 것이었다. 근검절약을 통해 국민의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임으로써 경제를 살리자는 목적이었다. 이러한 국민운동 덕분에 그리고 정부와 금융 당국의 노력으로 우리는 전례 없이 IMF 경제위기를 조기에 벗어날 수 있었고, 우리 경제 체질은 더욱 튼튼해졌다.

그 칼럼에서 필자는 새로운 개념의 ‘아나바다 운동’을 펼치고 있는 ‘파크리오 맘(팍맘)’을 소개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나루역 근처에 있는 ‘파크리오 아파트’ 주부 약 1300여 명으로 구성된 친목 카페다. 회원 평균 연령 36세 전후로 미취학 아동을 기르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공동구매, 벼룩시장 운영, 재능 나눔, 아이 돌봄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펼쳐 만든 기금으로 국내외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있고 이웃 간 정을 나누며 산다. 원조 ‘아나바다 운동’이 한 단계 발전한 것이다.

온라인 중고거래장터는 ‘팍맘’보다도 일층 진화된 개념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잘 되어 있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 사회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비록 신제품은 아니더라도 꼭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버리기 아까운 물건을 남에게 무상으로 주기도 한다. 자기와 인연이 다한 물건을 남과 나누는 인심을 쓰면 자기 마음도 따뜻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하는 이들이 많다. 가끔 시간 날 때 한 번씩 들어가면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싼 값에 줍기도 한다. 최근 필자는 이 시장에서 집에 꼭 필요했던 화분 받침용 탁자를 거의 공짜로 구했다.

필자는 젊은 세대가 앞장서고 있는 이러한 대면/비대면 상의 중고물품 거래 활성화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쓰레기를 줄임으로써 환경 보호에 크게 도움이 된다. 둘째, 젊었을 때부터 자원을 재활용하는 근검절약 정신을 몸에 배게 한다. 셋째, 물건을 매매하는 과정을 체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경제 하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마지막으로, 나눔을 행함으로써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공동체 정신을 기르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온라인거래가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하게 될지 크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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