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많은 사람이 갑자기 늘어난 ‘자유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몰라 난감해 하고 있다. 특히 외부 사회활동이 많았던 사람일수록 뜻하지 않은 유폐(幽閉)에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일찍이 “생존하는 것은 강한 종(種)도 똑똑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적응을 가장 잘 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라고 했다. 여러 전문가들이 코로나19시대는 최소 2021년 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라 한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 이후에도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발현할지 모른다는 암울한 소식만 들릴 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변종 바이러스와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할까? 필자는 각자 개인이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여럿 개발하기를 권한다. 취미는 식탁 위 반찬과 같다. 반찬이 많을수록 식사가 맛있듯 취미가 많을수록 인생이 즐겁게 된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입시가 있었던1960~7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는 공부하면서도 틈틈이 여러 가지 취미를 길렀다. 그 당시는 특별히 누구로부터 ‘레슨’을 받을 형편도 안 되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배웠다. 지금하고 있는 취미가 다 그때 배운 것이다. 어렸을 때 손대지 않았던 것을 나이 들어 새롭게 한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시대 필자가 요즘 즐기는 것 중 하나는 TV프로야구 중계 시청이다. 저녁 식사 후 소파에 편히 앉아 간식을 즐기면서 야구경기를 보는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야구의 매력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필자가 꼽는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은 ‘역전(逆戰)’에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Yogi Berra)가 남긴 명언이다. 야구는 9회까지 하는 경기다. 이는 각 3회씩 초반 중반 종반으로 나뉜다. 인간의 청소년기 중년기 노년기와 유사하다. 9회는 인간으로 치면 90대라고 생각한다. 9회 말 투아웃에도 역전되는 게 야구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초중반에 잘 못나갔다 해도 노년에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함을 야구에서 배운다.

또 하나 야구의 매력은 정신 게임이라는 것이다. “야구는 90%가 정신적인 게임이고 육체적인 것은 5%에 지나지 않는다.”(Baseball is ninety percent mental and the other half is physical.) 역시 베라가 남긴 말이다. 흔히 스포츠는 육체적인 게임이라 한다. 하지만 야구를 비롯해 대부분의 스포츠는 정신적인 면이 많이 좌우함을 우리는 체험을 통해 알고 있다.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신체로 하는 경기가 야구다.

필자가 응원하는 팀은 올해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그 팀과 지역적인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한 때 감독이 고등학교 후배였기에 인연을 맺게 된 지 어언 10년도 넘는다. 응원하다보니 점점 그 팀 선수들을 잘 알게 되었고 열심히 하는 게 보기 좋아 꾸준히 응원하고 있다. 아무리 승패에 일희일비(一喜一悲)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이기면 기분 좋고, 지면 그 반대인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하는 목적 중 하나는 ‘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한다. 필자에게 그 시간은 ‘시간 죽이기’가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공부하는 시간인 셈이다. 어찌하다보니 야구를 좋아하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위를 맞아 멀리 사는 딸 가족과 심심치 않게 소통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수백 년 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 예언했다. 그 원인으로 기후변화, 인공지능(AI)의 발전, 핵전쟁, 소행성 충돌과 변종 바이러스의 창궐을 들었다. 바이러스 시대가 현실이 된 오늘날 그의 놀라운 혜안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머지않아 코로나19가 지나가더라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각자 자기에 맞는 건전한 취미활동을 다양하게 하는 게 바이러스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생존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